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로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계속된 변이로 인해 확산 속도가 예상처럼 둔화되지 못하고 있다. 각국에서 부스터샷 접종을 서두르며 대응에 나서는 가운데, 델타 변이에 특화된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화이자, 모더나 등에서 개발한 mRNA 백신이 의료계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개발 플랫폼을 사용했기 때문에 변이 대응이 훨씬 간편하다는 것이었다.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체내에 투입해 항체를 형성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바이러스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RNA 형태로 세포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설계도를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변이가 발생해도 새로운 유전자 정보만 파악하면 신속하게 변이 특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각국에서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델타 특화 백신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65세 이상 및 50~64세 기저질환 보유자 중 화이자 백신 접종완료자에 대해서만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화이자는 델타 변이에 특화된 백신을 연구 중이지만, 현재 접종되는 부스터샷은 기존과 동일하다.

◇ 기존 백신, 델타 상대로도 예방효과 발휘

그렇다면 기존 백신 접종완료자나 부스터샷 접종자는 델타 등 새로운 변이에 대해 취약할까? 의료계는 기존 백신으로도 델타 변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델타 특화 백신의 필요성에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자바이러스학자인 라몬 로렌조 레돈도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회사에서 업데이트된 버전의 백신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은 백신 업데이트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상실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변이가 확산될 때마다 백신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최선의 전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5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미국 주요 도시의 백신 예방효과(VE) 추이. 자료=메드아카이브(Medxriv)
5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미국 주요 도시의 백신 예방효과(VE) 추이. 자료=메드아카이브(Medxriv)

실제 최근의 연구는 기존 백신으로도 델타 변이로에 대해 어느 정도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이자(BNT162b2)와 아스트라제네카(ChAdOx1 nCoV-19)의 델타 변이 상대 효능을 측정한 결과 알파 변이를 상대할 때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알파 상대로는 93.7%, 델타 상대로는 88%의 예방효과를 보였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또한 알파 74.5%, 델타 67%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가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백신으로서의 효능은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차이는 접종완료자를 비교한 것으로, 1차 접종만 완료한 경우에는 알파 변이에 비해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접종완료자 인구 비중을 빨리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올라온 연구결과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델타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해 미국 전역을 장악한 올해 5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백신 예방효과는 5월 90%에서 7월 중순 76%까지 하락했다가 9월 들어 다시 9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 특화 백신의 접종 없이도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백신 제조사의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다. 화이자는 지난 7월 백신 부스터샷 접종 후 델타 변이에 대한 항체가 18~55세에서 5배, 65~85세에서 11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모더나 또한 부스터샷 접종 후 델타 변이에 대한 항체가 4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존 백신을 한 차례 더 맞는 것만으로도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항체 보유량만으로 면역력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항체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다. 

◇ 변이 특화 백신 개발, 언제쯤 가능할까?

물론 백신 개발사들도 기존 백신의 효과에 안주하지 않고, 델타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 개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화이자는 이미 지난 7월부터 델타 변이용 백신 부스터샷 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시노백 또한 3분기 중 델타 변이에 특화된 백신의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실제 델타 변이용 백신은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을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6월 MBC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변이에 대한 mRNA 백신 개발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약간의 염기서열만 바꾼 거라서 안정성이나 효능에 대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고 전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mRNA 플랫폼은 새로운 변이에 따라 백신을 업데이트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임상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올해 4분기 중 델타 변이 특화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