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1인 가구 공동주택 ‘페르드크네펜’(Färdknäppen)에서 입주자들이 공용 주방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페르드크네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스웨덴의 1인 가구 공동주택 ‘페르드크네펜’(Färdknäppen)에서 입주자들이 공용 주방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페르드크네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세로 인해 홀로 거주하는 노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 자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자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을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거주 형태 중 1인 가구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지난 2000년 173만4천 가구에서 지난해 473만2천 가구로 20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0년 31.3%(54만3천 가구)에서 지난해 35.1%(166만1천 가구)로 3.8%p 증가했다. 통계청은 “고령자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해 2037년에는 현재의 2배 수준인 335만1천 가구, 2047년에는 405만1천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60대보다는 80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문제는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고령자들의 은퇴 후 삶의 기간도 늘어났지만, 홀로 사는 고령자들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17.1%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고령자 평균(24.3%)보다 7.2%p 낮은 수치다. 반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혼자 사는 고령자 49.5%, 전체 고령자 38.4%였다. 혼자 사는 고령자가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보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이는 혼자 사는 고령자가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고령자의 건강관리 실천 양상을 보면 ▲아침식사 91.7% ▲정기 건강검진 85.1% ▲적정 수면 82.3% ▲규칙적 운동 44.9%로 집계됐다. 반면, 혼자 사는 고령자의 경우 ▲아침 식사 86.7% ▲정기 건강검진 79.3% ▲적정 수면 74.2% ▲규칙적 운동 38.6%로 모든 부문에서 전체 평균보다 5%p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트레스의 차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전반적인 생활 및 가정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인식 정도는 전체 고령자가 42.7%, 39.9%, 혼자 사는 고령자가 38.5%, 35.5%로 혼자 사는 경우가 4%p 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한 경우는 모두 혼자 사는 고령자가 전체 고령자 평균보다 소폭 높았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 독거 노인, 셋 중 하나만 노후 준비

고령자 1인 가구의 또 다른 문제는 수입이 마땅치 않아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취업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47만6백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3천명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는 2019년 기준 44.6%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의 독거 노인이 정부·사회단체(31.1%), 자녀·친척(24.3%)에게 생활비를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정부·사회단체에 대한 의존도는 혼자 사는 고령자가 전체 고령자의 2배 가량 높다.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정작 노후를 준비할 여력도 부족한 상태다. 혼자 사는 고령자 중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33%에 불과했다. 고령자 1인 가구 셋 중 둘은 노후대비가 부실하다는 것. 전체 고령자 둘 중 하나(48.6%)는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혼자 사는 고령자는 더욱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 

혼자 사는 고령자들은 사회안전에 대한 불안도 높았다.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경우는 29.4%로 전체 고령자(28.9%)보다 소폭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 여성 독거 노인 더 많지만 노후는 더 위험

통계자료는 고령자 1인 가구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위험의 크기가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보여준다. 현재 고령자 1인 가구 중 여성 비중은 71.9%로 남성(28.1%)의 세 배 가까이 크다. 이처럼 고령자 1인 가구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건강이나 경제적 상태 등은 모두 남성 1인 가구에 비해 열악한 상태다.

실제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는 여성 14.8%, 남성 24.8%, 부정적 평가는 52.7%, 39.1%로 큰 차이를 보인다. 

취업자 수는 여성이 32만4400명, 남성이 14만6200명으로 여성이 더 많다. 하지만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는 여성 39.7%, 남성 59.7%로 20%p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노후 준비의 경우에도, 여성은 29.6%가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 남성(43.8%)보다 14.2%p나 낮았다. 

◇ 늘어나는 고령자 1인 가구, 맞춤형 대책 필요

고령자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반면 노후생활의 불안정성은 높아지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자 1인 가구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 만큼, 각국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다만 아직 1인 가구를 위한 별도의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존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고령자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사회적 고립과 그에 따른 정서적 불안정, 질병 등 1인 가구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고령층이 선호하는 공동주택 ‘페르드크네펜’(Färdknäppen)의 경우 개인방을 제공하지만 세탁실, 운동공간, 휴게실, 작업실 등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사회적 유대감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령자 1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독거 노인을 위한 맞춤형 정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서울시 여성노인 1인가구 사회적 관계망 강화방안’ 보고서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여성노인 1인 가구의 경우 “일차적으로 사회적 모임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사회적 관계망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을기업은 지역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원예․봉제․비즈 등 직업교육, 밥상나눔 같은 프로그램에 소액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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