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보도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보도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지난달 2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인명피해에 대해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시행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인 시행사항을 담고 있다. 

◇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노사 모두 불만... 직업병 범위 두고 비판도

빅카인즈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중대재해법’이 포함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시행령이 국무회의 문턱을 넘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12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경제지의 관심이 높았다. 빅카인즈 검색 대상에 포함된 54개 매체 중 8개 경제지에서 전체 기사량의 절반 가량인 63건을 보도했는데, 이는 11개 중앙 일간지 전체 기사량(26건)의 두 배가 넘는다. 

기간별로는 시행령이 국무회의 문턱을 넘은 28일 가장 많은 83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29일 32건, 30일 11건 등으로 기사량이 점차 감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중 ‘국무회의’, ‘시행령’ 등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는 ‘노동계’와 ‘경영계’였다. 이는 이번 시행령을 두고 노사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데다, 국무회의 의결 소식이 전해진 후 양측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노동계는 이번 시행령에서 규정한 직업성 질병의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급성 중독으로만 한정한 직업성 질병의 범위로 과로나 직업성 암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야 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되고, 식물인간으로 살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은 계속되게 되었다”며 “법령에 대한 점검을 민간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안전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는 요구도 거부되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 또한 전혀 다른 입장에서 이번 시행령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모호한 규정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됨은 물론 경영 위축과 불필요한 소송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 부여 등의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이 시행령에 구체화되지 못함으로써 산업현장에서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고, 향후 관계부처의 법 집행과정에서 자의적 해석 등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심혈관계 질환’도 핵심 연관키워드 목록에 올랐다. 노동계는 과로가 주요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등을 직업성 질병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시행령은 급성 중독 및 그에 준하는 질병으로 한정해 결국 포함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1년 내 과로로 뇌·심혈관 질환 환자가 3명 이상 발생해도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거나 처벌할 수 없게 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8일 성명을 내고 뇌·심혈관계 질환 등을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서 뺀 것을 비판하며 “껍데기뿐인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으로는 매년 2천여 명이 죽고 10만여 명이 다치거나 병드는 노동현장의 안전보건을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28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갈무리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28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갈무리

◇ 보수·경제매체 vs 진보매체,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엇갈린 반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과 관련해 언론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성향 매체 및 경제지는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법령의 모호함을 비판하는 반면, 진보성향 매체는 노동계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향후 산업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0일 “보완없이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기업계 ‘패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시행령에 경영계의 요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경영 책임자의 사고 책임 범위 등 모호한 규정들이 고쳐지지 않아 자칫 ‘기업 처벌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근로자의 과실이 큰 경우에도 사고 발생에 기업이 1%라도 책임이 있으면 경영자가 처벌을 받게 된다”고 법안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28일 “CEO 누가 맡겠나… 노사 반발 속에 중대재해법 시행령 의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선에선 최고경영자(CEO)를 기피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등 엉뚱한 방향으로 중대재해법 대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앙일보를 통해 “아무리 예방을 해도 예기치 않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처벌되고, 회사는 그 길로 망한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CEO 또는 CSO의 업무 상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무조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상을 벌금형을 내리는 데 누가 하려 하겠는가”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경제지의 비판도 거세다. 매일경제는 30일 사설에서 법령의 모호함을 지적하며 “기업인들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내년부터 무방비 상태로 전과자 신세가 될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재계가 '근로자 안전수칙 위반 제재조항을 넣어달라'는 기본적인 요청을 했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퇴짜를 놨다”며 “산재 예방을 위해 근로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마저도 거부한 것으로 경영자에게 무한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진보성향 매체는 이번 시행령이 노동계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향후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28일 “‘기업 면죄부’ 비판에도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동계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기업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상당 부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최종 시행령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제한적인 직업성 질병 범위 및 안전보건 점검의 민간위탁 허용 등 노동계가 비판해온 시행령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부 시행령에 따르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나, 광주 철거현장 붕괴 참사 같은 재해를 일으킨 책임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 또한 28일 “중대재해법 시행령 통과… 끝내 뇌·심혈관 질환 포괄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직업성 질병의 범위 확대와 사업주의 재해예방 점검 민간위탁 금지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수정을 요구했던 사항들은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특히 공중이용시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가 이번 시행령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지난 6월 광주광역시 학동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돼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사고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고 전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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