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사진=머크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사진=머크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되면서 2년 가까이 계속된 팬데믹이 조만간 종식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머크가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의 임상시험 3상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및 사망 위험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크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아직 입원은 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 775명을 위약군(치료제를 처방하지 않은 환자)과 실험군의 두 그룹으로 나눠 병의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몰누피라비르를 처방받은 실험군에서는 7.3%의 환자만이 입원할 정도의 중증으로 증세가 악화됐으나, 위약군은 14.1%였다. 특히 위약군에서는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실험군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구용 치료제의 개발은 팬데믹 종식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개발보다 더 기쁜 소식이다. 지난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H1N1)의 경우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항바이르서제 ‘타미플루’의 치료 효과가 발견되면서 불과 1년여 만에 독감 수준으로 위험성이 낮아졌다. 백신뿐만 아니라 간편한 치료제가 충분히 보급되면서 지금과 같은 강력한 격리 조치도 불필요하게 됐다. 

◇ 몰누피라비르, 변이에도 효과 있나?

머크사의 임상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치료제가 다양한 코로나19 변이에 대해 동일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머크사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변이에 대해서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의 약 40%가 감마·델타·뮤 등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였는데, 이들에 대해해서도 치료제가 비슷한 효능을 보였다는 것. 

머크사의 치료제가 여러 변이에 대해 동일한 효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몰누피라비르의 작용 원리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아시시 자(Ashisi K. Jha) 학장은 1일 트위터를 통해 “몰누피라비르는 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로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의 일종”이라며 “머크의 임상결과를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모양 단백질)을 목표로 한다. 우리 몸에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의 설계도(RNA)를 투입해 항체를 형성함으로서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한다. 

반면 몰누피라비르는 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는 B형·C형 간염 등 다양한 질병에 사용되는 약제로 감염된 세포에서 바이러스의 복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RNA 복제 과정에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변이로 인해 스파이크 단백질이 변형되더라도 치료 효과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의료계 전문가들도 머크의 임상시험 결과에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아시시 자 교수는 “전문가들이 (머크의) 자료를 검토한 뒤 ‘충분히 봤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은 약제가 명확하게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중단된 것”이라며 “오늘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아시시 자 학장은 트위터를 통해 머크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미국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아시시 자 학장은 트위터를 통해 머크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RNA 복제에 간섭하는 몰누피라비르, 부작용 우려는?

물론 몰누피라비르로 인해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하기는 이르다. 3상 결과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사람이 위약군보다 사망률과 중증율이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안전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학전문 매체 ‘스탯(STAT)은 4일 “머크의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의 RNA 복제에 오류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돌연변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탯은 “임상시험에서 남녀 모두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하는 기간과 복용 후 4일 동안 성관계를 삼가거나 피임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가임기 여성 또한 임신테스트 결과 음성이 나와야 실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돌연변이로 인한) 부작용 중 한 가지는 선천적 기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머크의 바이러스학자 다리아 하즈다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몰누피라비르의 돌연변이 가능성을 검토했다며 “모든 실험에서 몰누피라비르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몰누피라비르는 안전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모두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변수다. 백신 접종완료자가 돌파감염을 당한 경우에도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대체로 백신 접종완료자는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미접종자에 비해 중증율이나 사망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신약을 복용할 때 감수해야 할 부작용의 위험과 미복용시 중증·사망 위험의 무게를 다시 저울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 몰누피라비르 가격과 보급 전망 

문제는 가격이다. 당분간 몰누피라비르가 양산되더라도 타미플루처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6월 몰누피라비르 170만명분을 12억 달러(한화 약 1조4300억원)에 선구매했다. 몰누피라비르는 1일 2회씩 5일간 복용해야 하는데, 전체 치료비용은 환자 1명당 706달러(약 84만원) 수준이다. 반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경우 1일 2회 5일 복용 시 1만7000원 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신종플루 대비 코로나19 치료비용이 50배 이상 비싼 셈이다. 

다만 다른 제약사들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기 때문에 향후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타미플루로 유명한 로슈도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각각 2/3상,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 모두 연내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출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 정부도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를 들여오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브리핑에서 “경구용 치료제에 대해서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외 제품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제품에 대해서는 선구매하는 것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가 2년 간의 팬데믹을 끝내고 ‘위드코로나’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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