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바로사 가스전의 시나리오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 자료=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호주 바로사 가스전의 시나리오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 자료=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뉴스로드] SK그룹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2025년까지 친환경 사업에 14.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계열사인 SK이앤에스(E&S)는 해외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SK E&S는 친환경 기술을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술의 실현 가능성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SK E&S가 투자한 곳은 호주 북서부 티모르 해역의 바로사-칼디타 해상 가스전으로, 오는 2025년 공사가 완료된 후 20년간 연간 35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SK E&S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가스전에서 LNG 350만톤을 생산·액화·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400만톤에 달한다. SK E&S는 탄소포집저장기술(CCS, Carbon Capture & Storage)을 활용해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240만톤을 전량 제거하고, 나머지 160만톤은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IEEFA, “CCS, 호주 가스전 탄소 포집 어렵다”

만약 SK E&S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현재 개발 중인 바로사 가스전을 ‘친환경 가스전’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환경단체 및 연구기관 등은 SK E&S의 CCS 기술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획대로 감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20일 보고서를 내고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CCS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사업자들의 계획은 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온실가스 저감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K E&S가 CCS 기술을 적용해 저장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IEEFA는 “가스전 내 불순물인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저장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LNG 생산 및 정제 과정의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천연가스 연소로 인한 배출가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 포집 및 저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체 온실가스의 72%는 대기 중에 배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과정에서 분리된 이산화탄소 182만톤은 CCS를 통해 포집할 수 있지만, 가스처리시설·압축기·액화플랜트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배출된다는 것. 게다가 바로사 가스전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해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31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 배출될 수 있다. 

IEEFA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연소 과정에서부터 배출되는데 이를 포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소 후 탄소포집’은 현재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입증되지 않은 CCS 기술을 사용해 나머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포집한다 해도,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 CCS 기술 적용 시 경제성 악화 우려... IEEFA "사업 철회 고려해야"

문제는 해당 사업에 이미 수출입은행이 여신의향서(LOI)를 발행하며 금융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바로사 가스전은 석탄발전소는 아니지만, 여전히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수은의 금융지원은 문 대통령의 탈석탄 선언과 배치될 수 있다. 

실제 SK E&S는 아직 가스전 등에 CCS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포집한 경험이 없는 상태다. 수은 또한 CCS가 적용된 가스전에 여신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실현 가능성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믿고 해외 화석연료 발전에 나설 경우, 자칫 ‘탄소중립’이라는 국제 사회의 흐름에 어긋날 수 있다. 

물론 SK그룹이 CCS 기술 개발 및 고도화에 성공해 가스전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처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SK그룹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한국석유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동해가스전 CCS 실증모델 개발 및 CCS 사업 확장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천연가스 생산이 곧 종료될 동해가스전의 지하공간에 오는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바로사 가스전이 본격적으로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하는 시점 또한 2025년임을 감안하면, 그 전에 CCS 기술의 실용화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것. 

다만 이제 막 공동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SK E&S가 실제 CCS 기술을 활용해 IEEFA가 제기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이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존 로버트 IEEFA 애널리스트는 “CCS 도입으로 프로젝트 전반에 설비를 추가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사업 일정도 가동 목표였던 2025년에서 더 뒤로 밀리게 될 것”이라며 “사업 파트너들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철회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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