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디어 아트' 교육과정에서 10학년 학생이 직접 제작한 영상의 한 장면. 사진=호주 국가교육과정(ACARA) 홈페이지 갈무리
호주 '미디어 아트' 교육과정에서 10학년 학생이 직접 제작한 영상의 한 장면. 사진=호주 국가교육과정(ACARA)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민주시민의 핵심적인 소양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 특히 호주는 민관 협력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체계를 정비한 모범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호주는 1970년대부터 정부의 주도 아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초·중등 교과과정에 통합해 모든 학생이 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분석하는 역량과 ▲미디어를 활용하고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하는 역량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호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특히 후자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 ‘미디어 아트’를 독립 교과목으로... 호주의 독특한 미디어 교육 체계

이는 호주의 예술교육이 미디어와 어떻게 통합되어 있는지를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호주는 지난 2012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모든 학생이 입학한 첫해부터 예술교육을 받도록 했는데, 예술교육과정에는 무용, 음악, 시각예술, 드라마와 같은 전통적인 과목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도 포함돼있다. 

호주 미디어 아트 교육과정은 TV, 영화, 비디오, 신문, 라디오, 게임,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미디어를 포괄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이러한 미디어를 활용해 다양한 청중을 상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호주는 1~12학년을 2개 학년씩 6개 단위로 나눠 미디어 아트의 기본 요소와 서사, 양식, 청중과의 소통, 제작 기술 및 매체의 특성을 단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 아트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독립된 과목으로 인정한 사례는 호주 외에는 찾기 어렵다. 한국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미술을 포함해 다양한 과목에 통합시키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취기준이나 목표가 제시돼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호주의 경우 총론과 각론 차원의 학습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돼있으며,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 또한 호주 국가교육과정(ACARA) 홈페이지 등을 통해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다.

 

사진=호주 방송통신청(ACMA)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호주 방송통신청(ACMA) 홈페이지 갈무리

◇ ACMA, '디지털 시민 가이드'로 미디어 리터러시 중요성 홍보

이처럼 풍부하고 구체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체계를 구축한 호주이지만 의외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된 별도의 법률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방송서비스법, 온라인 안전 향상법 등의 법률을 통해 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규제 및 이의제기의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으며, 특히 아동을 사이버불링 및 성인용 컨텐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록 법률은 아니지만 지난 2013년 호주의 미디어 교육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청(ACMA)에서 발표한 ‘디지털 시민 가이드’((Digital Citizen Guide)도 호주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다. 시민사회와 기업, 전문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로 만들어진 디지털 시민 가이드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려 내용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시민권과 온라인 참여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구상을 담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 ABC가 제공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 사진=ABC 홈페이지 갈무리
호주 공영방송 ABC가 제공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 사진=ABC 홈페이지 갈무리

◇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개최하는 호주 공영방송 ABC의 기여

호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공영방송의 적극적인 기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호주 공영방송 ABC는 ‘스플래시 ABC’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과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해당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뉴스 설명하기’와 ‘미디어에게 질문하기’라는 두 가지 항목에서 다양한 영상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뉴스 설명하기’에서는 보도의 기본 원칙과 윤리, 제작과정 등에 대한 교육 컨텐츠와 함께 전·현직 언론인들의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미디어에게 질문하기’에서는 미디어별 특성과 가짜뉴스 및 팩트체크 등 좀 더 비판적인 분석과 관련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ABC는 지난 2018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호주 국민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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