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지구 온도 상승폭을 연 평균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발표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석탄금융 규모는 민·관을 합해 약 60조원으로, 이 중 공적 금융기관의 비중은 37%(22조1302억원)에 달했다. 특히 해외 석탄금융의 경우 전체 10.7조원 중 수출입은행이 4조8585억원, 무역보험기금이 4조6680억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선언대로 공적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금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면, 사실상 한국의 해외 석탄금융이 중단되는 셈이다. 

◇ 한국, '탈석탄' 선언했지만 '탈천연가스'는 요원...

하지만 화석연료에는 석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은 선언했지만, 석유·천연가스 등 다른 화석연료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기후정상회의 연설 또한 ‘석탄’을 지목해 언급했을 뿐, ‘화석연료’ 전반에 관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이하 OCI)이 지난 28일 발표한 ‘G20 공적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은 지난 2018~2020년 3년간 해외 석유·천연가스에 약 276억 달러(한화 33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OCI, 기후솔루션
자료=OCI, 기후솔루션

이는 G20 회원국 중 캐나다(3년간 약 330억 달러)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하지만 캐나다 수출개발공사(EDC)의 경우 자국 내 개발사업에도 관여하고 있어, 국내 사업에 투자된 공적자금까지 포함됐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OCI 자료를 토대로 국내 투자를 제외하고 해외투자만 집계한 결과, 한국이 석유·천연가스에 가장 많은 공적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전체로 줄을 세워도, 한국은 일본에 이어 2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석탄에 대한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2017년 연간 평균 16조원(약 134억 달러)에 달했던 석탄 투자는 2018~2020년 연간 10조원(약 84억 달러)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이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에도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천연가스 투자는 꾸준히 증가해 2018~2020년 3년간 무려 115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는 석탄, 석유 및 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원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친환경 에너지 투자’ 대비 20%가량 높은 금액이다. 

◇ 천연가스, 탄소중립 '가교' 될 수 있나?

이처럼 천연가스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천연가스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OCI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제한 정책들이 일부 정부들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으나 천연가스 관련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천연가스가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화석연료 산업계의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연가스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석탄에 비해 적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력 1kwh당 LNG(액화천연가스)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549g으로 석탄(992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50g 수준인 태양광이나 10g 미만인 풍력발전에 비해 매우 높다. 이는,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전 세계적인 비판과 우려를 받았던 한국의 석탄 금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며 “전 세계 3위였던 한국의 석탄 금융이 끝나니, 전 세계 1위인 한국의 해외 석유·천연가스 금융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석탄 산업이 그랬듯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해 석유·천연가스 산업도 빠른 속도로 좌초할것”이라며 “공적금융은 더 늦기 전에 화석연료 금융을 중단해 추가적인 위험들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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