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약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일반인에 비해 감염병이나 자살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는 자료가 발표되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한국, 정신질환 초과사망비 OECD 상위권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은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이 상당히 높다. 특히 한국의 경우, 비슷한 소득 수준의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정신질환자의 초과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하 지원단)이 최근 발표한 '정신질환과 사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3년간 OECD 회원국 11개의 조현병 및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의 평균 초과사망비(15~74세 일반인구집단 사망률 대비 정신질환자 사망률의 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조현병 4.4, 양극성 정동장애 4.2로 모두 평균(4.0, 2.9)보다 높았다. 조현병 환자의 초과사망률은 스웨덴에 이어 다섯 번째였지만, 양극성 정동장애의 경우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국가 간 비교는 단순히 수치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정신질환자의 초과사망비가 2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별 특성과 관계없이 정신질환자의 사망 위험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초과사망비가 4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보다 정신질환자가 더 큰 위험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다.

 

OECD 국가의 조현병과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의 초과사망률.(2015~2017년 평균) 자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OECD 국가의 조현병과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의 초과사망률.(2015~2017년 평균) 자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 돌봄 부재가 정신질환자 사망 위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더 큰 사망위험이 노출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지속적인 돌봄의 부재로 인해 높아지는 자살위험이다. 정신질환으로 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호전됐다가, 퇴원한 뒤 제대로 된 돌봄과 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 이르는 경우는 적지 않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30일 내 자살률은 0.19%로 전년 대비 0.02%p 상승했으며, 1년 내 자살률은 전년보다 0.01%p 오른 0.65%였다. 지원단이 영국, 이스라엘, 칠레, 체코 등 OECD 회원국 15개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자살률(2017년 기준)은 1위인 네덜란드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지원단은 “자살 등록은 의도 확인 방법, 사망진단서 작성 책임자 등을 포함한 문화적 차원과 같은 요인에 영향을 받는 복잡한 절차이므로 국가 간 비교 시 주의를 요한다”면서도 “OECD에 자료를 제출하는 국가의 수가 제한적이나 (한국은) 그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의 정신질환자 퇴원 후 30일 이내와 1년 이내 자살률 비교.(2017년) 자료=
OECD 국가의 정신질환자 퇴원 후 30일 이내와 1년 이내 자살률 비교.(2017년) 자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 정신질환, '고령' 다음으로 위험한 코로나19 사망요인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사망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뉴욕대 랑곤메디컬센터 연구진이 지난해 3~5월 뉴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은 7350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중 14%에서 조현병, 기분장애, 불안증이 발견됐다. 

이 중 조현병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조현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약 2.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심부전, 당뇨병 등 다른 질환보다 높은 수치로,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하면 조현병은 연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코로나19 위험인자로 꼽혔다.

이처럼 정신질환의 사망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정신질환자 치료비 지원 사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월 행정·응급입원의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번 조치로 지원 범위가 외래치료명령 대상자까지 확대됐다. 

또한, 정신질환 발병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도 기존에는 중위소득 80% 이하까지 치료비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120%(2021년 4인 가구 기준 585만2000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신질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돌봄과 개입이 필요한 만큼 치료비 지원을 넘어선 통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정신질환의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보건 및 경제적 부담을 주지만, 정신의료서비스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개인의 삶과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정책과 중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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