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민간 기후연구소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연구소가 지난 9일 2022 CCPI를 발표했다. 한국은 평가 대상 64개국 중 5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사진=CCPI 홈페이지 갈무리
독일의 민간 기후연구소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연구소가 지난 9일 2022 CCPI를 발표했다. 한국은 평가 대상 64개국 중 5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자료=저먼워치

[뉴스로드]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가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 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고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하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응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의 민간 기후연구소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연구소는 지난 9일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이하 CCPI)를 발표했다. 

CCPI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한국은 이번 평가에서 64개국 중 5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CCPI에서도 한국은 53위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그보다도 순위가 하락했다. 올해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대만, 캐나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뿐이다.

CCPI는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뒤 이를 합산해 종합적으로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에서 ‘매우 낮음’, 재생에너지와 기후정책에서 ‘낮음’ 평가를 받았다. 

이는 최근 한국 정부가 탈석탄 및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등 도전적인 목표를 공식 선언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다. 한국 정부는 최근 2030 NDC를 종전(35%) 대비 5%p 이상 상향하며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은 2030 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며 NDC 상향을 공식화했다.

또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글로벌 탈석탄 전환 선언’에 한국 대표로 서명하는 등, 정부는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이전에 탈석탄 시점을 2050년으로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선언은 2039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연구기관의 평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특히 지난해 ‘중간’으로 평가받은 기후 정책 부문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낮음’으로 하락했다. 

올해 발표된 CCPI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 8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3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구 온도 연 평균 1.5°C 상승이라는 전지구적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해 현재 3차(2021~2025년)가 진행 중이며, 연간 배출량이 약 10% 감소했다”며 “전문가들은 한국의 2030 NDC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해당 제도가 효율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추이와 지구온도 연 평균 1.5°C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줄여야 할 배출량. 사진=CCPI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파란선)와 지구온도 연 평균 1.5°C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줄여야 할 배출량(회색선). 자료=저먼워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허용한 뒤, 할당량보다 덜 배출한 기업이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은 시장에 나온 배출권을 매입해야 하며, 만약 필요한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납부하게 된다.

배출권거래제는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매년 할당량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권 할당량을 연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 할당량도 함께 늘어나 감축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뉴스타파가 지난 3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들이 지난 5년간 받은 온실가스 무상 배출권은 약 27억톤으로 배출량은 같은 기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2.9% 증가했다. 

아직 탈석탄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도 지적받았다. 한국이 최근 ‘글로벌 탈석탄 전환 선언’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산업부는 탈석탄 노력에 동참한다는 뜻이지 탈석탄 시점을 2030년대로 앞당기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아직 탈석탄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며, 여전히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2035년까지는 발전 부분의 탈탄소를 완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CCPI 작성에 참여한 기후솔루션 한가희 연구원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한국은 기후와 관련된 여러 목표를 발표하고 기후 선언을 했음에도 CCPI 순위가 여전히 하위권인 것을 보면 그 발표들을 이행하는 실제 정책 수준이 크게 유의미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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