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보유지분 매각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보유지분 매각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뉴스로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보유지분 매각 여부를 찬반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며 시작된 논란이 부유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자산격차를 축소하고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유세 도입을 서두르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머스크와 같은 반대의견도 강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최근 미실현 이익이 조세 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내 테슬라 지분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설문조사 결과 57.9%의 팔로워가 찬성에 투표했고, 실제 머스크는 8일 215만4572주의 테슬라 보통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이 중 93만4901주를 약 11억234만달러(약 1.3조원)에 매각했다. 

머스크는 9~10일에도 358만8047주 총 38억8076만달러(약 4.7조원)에 매각했다. 사흘간 머스크가 매각한 지분만 452만2948주로 총 5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의 주식이 시장에 풀린 셈이다. 덕분에 트윗 사건 전까지만 해도 1200달러 초반을 횡보했던 테슬라 주가는 11일 1063.51달러까지 급락했다. 

머스크가 굳이 트위터를 통해 지분 매각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하게 된 배경에는 세금 논란이 놓여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 도입 문제다.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이 발의를 준비중인 부유세 법안은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도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머스크와 같은 부자들은 주식·채권 등으로 보상을 받아 자산을 증식하면서도 미실현 이익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실제 머스크는 설문조사를 시작하며 “나는 현금으로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지 않으며 주식만 갖고 있다”며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부유세가 도입되면 머스크는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머스크는 부유세 도입 후 5년간 미실현 이익에 대해 약 500억 달러(59조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440억 달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가 각각 290억 달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는 250억 달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190억 달러를 내게 될 예정이다. 억만장자 상위 10명이 5년간 내게 될 세금만 약 2760억 달러(326조원)에 달한다. 

◇ '빈부격차 축소', '세수 확보' 부유세 도입 움직임 확산

머스크는 일관되게 민주당의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에 반대해왔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쓰고 나면, 결국 당신에게 손을 뻗칠 것”이라며 부유세 도입은 연달아 추진될 증세 정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반발과 달리 부유세 도입을 지지하는 억만장자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9년 11개 가문, 19명의 억만장자들은 “우리에게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라”는 내용의 서한에 공동 서명한 뒤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서명인 명단에는 헤지펀드계의 전설인 조지 소로스, 월트 디즈니의 손녀인 애비게일 디즈니,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부유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양적 완화와 재정확대, 저금리로 인해 자산 가치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부유세 도입 없이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것. 게다가 경제회복을 위해 강력한 재정확대 정책을 펴온 각국 정부도 세수 확보를 위해 부유세 도입 내지 부자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실제 최근 총선을 치른 독일, 노르웨이 등에서는 모두 부자 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영국 또한 자본 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세율을 1.25%p 인상하는 내용을 증세안에 포함시켰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해 12월 보유자산 2억 페소(약 24억원) 이상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국내 자산 3.5%, 국외 자산 5.25%의 일회성 부유세를 걷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회성 부유세를 통해 약 3000억 페소(약 3.5조원)의 재정을 확보해 의료물품 구입, 중소기업 지원, 장학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조세 저항이 심해 4월까지 납세 대상자 중 2%에게 세금을 걷는데 그쳤다. 다만 GDP 대비 0.5% 수준의 부유세를 징수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재원은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방식의 부유세 도입 논의가 구체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다만, 아르헨티나처럼 일회성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이미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연대특별세 법안은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개인과 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에 2022~20204년 각각 종합소득세 7.5%, 법인세 7.5%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유럽 일부 국가들이 이미 1990년대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조세회피 심화, 조세저항에 따른 징수비용 증가 등의 문제로 제도를 폐지한 전력이 있는 만큼, 부유세가 단순 도입을 넘어 제대로 자리잡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머스크가 촉발한 부유세 논의가 각국의 조세제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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