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페이스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뉴스로드]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간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양국 언론 모두 이번 화상 정상회담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기사를 쏟아냈지만,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 중국 관영매체, "바이든, 대만 독립 지지하지 않는다 말해"

이날 정상회담은 오랜 무역갈등으로 인해 미중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만큼 전 세계의 기대를 받았으나,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양국이 더욱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기 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립적인 태도로 부딪히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양국의 입장뿐만 아니라 이번 정상회담을 보도하는 중국 언론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언론의 시각차도 두드러졌다. 특히 대만 문제의 경우 양국 언론이 전혀 다른 방식의 논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CGTN방송은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오랜 기간 시행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GTN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의 정치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동맹을 강화함으로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중앙방송(CCTV)과 신화통신 등도 이날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 CNN, "바이든이 대만 문제 꺼내자 회담 분위기 심각해져"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언론들은 대만 문제에 대한 논조가 중국 언론과 사뭇 다르다. CNN은 “최근 몇 달간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된 원인을 제공해온 대만 문제는 이날 정상회담의 광범위한 논의 주제였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대만 해협의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CNN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중국의 대만 공격, 무역갈등 등의 주제를 꺼내면서 다정했던 분위기가 심각하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미중 양국의) 대만에 대한 입장 차이도 여전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재확인했지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 또한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관영매체의 논조와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다. 중국 언론은 마치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전격 수용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해 밝혔다고 보도했다.

◇ 바이든, '하나의 중국' 지지 발언 속내는?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정말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회담 이후 백악관이 내놓은 논평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관계법과 3대 공동성명, 6개 보장에 따라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며 “또한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현재의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일방적 노력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언급한 3대 공동성명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 1972년, 1979년, 1982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칭하는 것으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대만관계법은 미중수교 이후 끊어진 대만과 미국의 관계를 재정의하기 위해 제정된 미국의 국내법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 등 방위를 보장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어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6개 보장은 1982년 공동성명 직전 발표된 것으로 미국이 대만 주권에 대한 입장(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대만에 무기수출 시 중국과 사전협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함께 담겨 있다.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하며 굳이 오래된 3대 공동성명과 대만관계법, 6개 보장을 함께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 언론의 해석처럼 중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미 중국 수교 이후 수십 년간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법까지 따로 제정하며 방위를 책임지는 등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을 경계해왔다.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만,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 시도는 반대한다”는 발언 또한 기존 원칙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를 우려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게다가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상충하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결코 중국이 듣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는 것.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다음 날 뉴햄프셔주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대만 문제와 관련해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가 대만관계법을 지지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대만은 독립적이며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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