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자료=한국전력공사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단위: %) 자료=한국전력공사

[뉴스로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 지구적으로 형성된 가운데,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석탄발전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가스발전(LNG)의 위험성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자칫 기후위기 대응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국내 가스발전 비중 증가 추세... 탄소중립과 상반된 전력 정책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가스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6.4%로 지난 2011년(22.7%)보다 3.7%p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2.5%→6.6%)의 비중이 4.1%p 증가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화석연료인 석탄발전은 40.8%에서 35.6%, 유류발전은 2.3%에서 0.4%로 각각 5.2%p, 1.9%p 감소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비중이 줄어든 자리를 신재생에너지로 전부 채운 것이 아니라, 절반 정도는 같은 화석연료인 가스발전이 대체한 셈이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나 연구기관들은 가스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턱없이 많다며,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LNG를 사용해 전력 1kwh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549g으로 석탄(992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50g 수준인 태양광이나 10g 미만인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 효과는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의 전력정책이 여전히 LNG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오는 2034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지난 석탄발전 설비 24기(발전용량 약 12.7GW)를 폐쇄하고 이를 LNG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에도 LNG발전은 전환 부문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됐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산업계에서는 천연가스가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절반밖에 되지 않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과정 평가’을 했을 때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후변화 주범으로 손꼽히는 석탄발전소의 70%에 이른다”며 석탄→LNG 전환에 따른 감축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자료=기후솔루션
현 전력정책(빨간색) 및 넷제로 시나리오(파란색) 추진 시 조기사망 발생 수 비교. 자료=기후솔루션

◇ 가스발전, 연평균 최대 859명 조기사망 추가 발생

물론 가스발전이 석탄발전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계획대로 가스발전 비중이 늘어난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보이지 않는 인명 손실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19일 발표한 ‘가스발전의 실체: 가스발전의 대기오염 영향 및 건강피해’에 따르면, 현 정책 시나리오대로 가스발전 확대 정책이 추진될 경우, 국내 가스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2064년까지 총 2만3200명(최소 1만2100명, 최대 3만5000명, 국내외 포함)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권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발전에 따른 조기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최대 1만2600명)였으며 그 뒤는 서울(최대 8140명), 인천(최대 2000명), 경남(최대 1110명), 충남(최대 1050명), 충북(최대 10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고서는 2035년 기준 수도권에서만 최대 831명이 가스발전의 영향으로 조기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가스발전소는 총 99기(41.3GW)로 현재 5기(2.6GW)의 가스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확정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년까지 총 35기(18.7GW)의 가스발전소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기후솔루션은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계획과 함께 수명관리지침에 따른 설계수명에 따라 가스발전소가 퇴출된다는 가정을 반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단위배출량은 석탄발전소보다 적지만, 누적 건강피해는 오히려 컸다. 석탄발전소가 대체로 해안에 위치한 반면, 가스발전소는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책 시나리오대로라면 가스발전소는 2064년까지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에, 더 장기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게다가 가스발전소는 가동 시작 및 중단 시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데다,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탈질 설비의 효율도 낮아 오염물질량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스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2035년까지 모든 가스발전소를 퇴출할 경우, 가스발전으로 인한 조기사망 피해를 약 75%까지 줄일 수 있다. 현 정책 시나리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3만5000명의 조기사망자 중 최대 3만2200명의 조기사망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조규리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로 가스 발전이 청정 연료가 아니라는 점이 확실히 밝혀졌다”며 “가스발전이 석탄만큼 건강에 치명적이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이 시점에 가스발전을 크게 늘리고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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