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호칭' 언론사마다 다른 이유
‘전두환 호칭' 언론사마다 다른 이유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11.2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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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두환 씨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 매체별로 '전두환 씨',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별세' 등의 표현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자료=빅카인즈
23일 전두환 씨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 매체별로 '전두환 씨',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별세' 등의 표현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전직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가 지난 23일 사망했다. 12·12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으로 비판받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논란거리를 하나 추가했다. 바로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이냐는 문제다.

실제 이날 오전 전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표현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성향 매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은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 대신 ‘전두환’, ‘전두환 씨’ 등을 사용했다. 또한 대체로 ‘사망’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으나 조선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등은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인 ‘별세’를 사용했다.

정치권도 전 씨의 사망 소식에 호칭 문제로 혼선을 빚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리핑 후 기자들로부터 호칭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가 “브리핑을 하려고 직책을 사용한 것”이라며 해명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SNS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전두환 씨’로 호칭을 수정했으며 “애도를 표한다”는 말도 삭제했다. 

◇ 전직 대통령 호칭 논란, 법적 규정 없어

전 씨에 대한 호칭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 씨는 얼마 전 사망한 노태우 씨와 함께 12·12 군사쿠데타, 광주 유혈 진압 등의 혐의가 인정돼 각각 무기징역,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1997년 사면·복권되면서 형 집행이 정지됐지만, 형이 확정된 기결수에서 일반 시민으로 신분이 바뀐 것 뿐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다시 받을 수 없게 됐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는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 회피 목적으로 외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씨 또한 특별사면을 받았더라도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만큼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연금, 기념사업 지원, 비서관 및 운전기사, 치료, 사무실 제공 등)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등 형이 확정되거나 탄핵으로 퇴임한 전직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직대통령법에 호칭과 관련된 강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전 씨를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 부르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에서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 전두환 호칭만 논란이 되는 이유는?

유독 전 씨의 경우만 논란이 되는 것은 그가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다른 전직 대통령과는 다른 사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박 전 대통령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대통령으로 선출된 경우다. 반면 전씨는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았고 1980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실시된 간선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게다가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광주 유혈 진압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진압 지시 혐의를 부인한 채 사망했다는 점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전 씨가 1988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광주에 사과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맥락을 보면 인정하기 어렵다. 당시 전 씨는 “불행한 사태의 진상과 성격은 국회청문회 등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직접 관여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제3자로서의 책임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국민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발언도 광주와 무관하게 전체 발언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덧붙인 것이다. 

이처럼 전 씨의 호칭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 전 씨에 대한 호칭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정치인들이 고민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다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언론에서 ‘전두환 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화제가 됐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손석희 전 앵커는 지난 2016년 ‘뉴스룸’에서 5·18 관련 소식을 전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 대신 ‘전두환 씨’라는 호칭을 사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언론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손 전 앵커에 대해 “패기있다”,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최근 신문과 달리 방송사에서는 대부분 ‘전두환 씨’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 정치인들의 경우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해명에 나서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 씨가 정치적 평가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정치적 여론의 지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호칭 논란의 양상도 바뀔 수 있다는 것. 전 씨의 호칭은 결국 향후 역사적 평가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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