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기후솔루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기후솔루션

[뉴스로드] 탄소중립이 전 지구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을 중심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이행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의 경우 산업부문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탈탄소화 속도가 더뎌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 25일 발간한 ‘국내 철강산업 탄소중립 대응 동향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00만톤으로 그 중 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특히 철강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1억100만톤으로 산업부문 배출량의 39%, 전체 배출량의 13.1%에 해당한다. 

다른 제조업 분야와 비교하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는 더딘 편이다. 실제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24% 증가했는데, 이는 제조업 평균 증가율(15.2%)보다 8.8%p 높은 수준이다. 비철금속(+27.1%)이나 화학(31.5%) 등 철강보다 증가율이 높은 제조업 부문도 있지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철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제조업 전체 배출량의 51%로 절반이 넘는다.

철강이 이처럼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이유는 에너지 사용 집약도가 높은 데다, 고로-전로 방식을 주로 사용해 조강 공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기업이 운영 중인 고로-전로 방식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철광석과 코크스용 유연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쇳물을 만드는 제선 공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2017년 기준 철강산업의 에너지 사용량 중 유연탄 비중은 무려 83.6%에 달한다. 

이 때문에 고로-전로 방식은 고철을 전기로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방식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로-전로 방식에서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2톤으로 전기로 방식(0.45톤)의 4배가 넘는다. 실제 고로-전로 중심의 중국 및 러시아 철강산업은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약 2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나, 전기로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미국과 유럽의 배출량은 1~1.3톤 수준이다.

조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도 문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고로-전로 공정을 운영 중인 철강업체들은 부생가스를 조강 공정이나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한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부생가스는 이미 제철 공정에서 1차 연소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천연가스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3배 이상 많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 자료=포스코
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 최종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의 전환을 통해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자료=포스코

◇ 세계 주요 철강업체, 탄소저감 프로젝트 적극 추진 중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배출집약도가 높은 만큼, 철강산업의 생산 공정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파리협약의 목표인 지구 온도 연평균 1.5도 상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해외 주요 철강기업은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상위 5대 조강 생산 기업 중 하나인 아르셀로미탈이나 일본제철은, 기존 고로-전로 공정에서 활용되는 연료 및 환원제를 탄소 배출이 적은 물질로 대체하고, 탄소포집·저장(CCUS)기술을 활용해 조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 또한 CCUS 도입, 철스크랩 사용 확대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양한 기술적 수단을 시도하고 있으나, 앞의 두 기업에 비해서는 아직 효과가 미미하다. 실제 2015~2019년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제철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연평균 1.6%, 1.29% 감소했으나, 포스코는 같은 기간 배출량이 연평균 2.67% 늘어났다. 

◇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위해 정부 지원 절실

물론 CCUS 도입이나 연료 대체 등으로 철강산업이 내뿜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철강업체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유연탄을 사용하는 고로-전로 공정에서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공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CCUS 등의 기술은 수소로의 전환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코크스가 아니라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시점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제철도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지난 2월 발표한 ‘철강업계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그린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소환원제철 공정과 관련해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조차 기술 개발 완료 시점을 204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또한 ‘목표’일 뿐 실제 2040년까지 기술이 상용화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을 뿐더러,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수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 철강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정부가 기업들의 기술 개발 노력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저탄소 친환경 철강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유통경로를 다양화해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필요한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유통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이번 보고서 발간과 세미나로 국내에 철강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심각성과 탄소중립 필요성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세계 각국의 탄소규제로철강 산업의 탈탄소 요구도 점점 더 강해지는 시기에 맞춰 이번 세미나는 정책·연구·산업계 관계자들이 국내외 탄소중립 대응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해 철강 산업의 조기 탈탄소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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