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준 대륙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28일 기준 대륙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뉴스로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던 전 세계의 발걸음이 멈추어 설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고소득 국가에 치중된 불평등한 백신 공급 구조로 인해 오미크론과 같은 신종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등 의료인프라가 부족하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8일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신 1차접종률은 28%, 완전접종률은 24%로 한국(83%, 80%)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접종률(11%, 7.2%)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완전접종률이 60%가 넘는 다른 대륙은 물론 세계 평균(54%, 4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소득별로 나눠보면 백신 불평등의 현실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고소득 및 중고소득국가의 완전접종률이 각각 65, 67% 수준인 반면, 중저소득국가는 27%, 저소득국가는 2.9%에 그쳤다. 저소득국가는 1차접종률도 5.8%에 그쳐, 고소득국가 완전접종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낮은 백신 보급률이 신종 변이의 발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백신접종률이 낮아서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환경이라면 대인 전파 및 잦은 바이러스 복제로 인해 신종 변이가 발생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백신접종률이 높은 환경에서는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를 뚫고 인체에 침투할 수 있는 강한 변종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28일 기준 소득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28일 기준 소득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낮은 백신접종률이 신종 변이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도 접종률이 낮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어려운 지역에서 강력한 변이가 발생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의 경우, 진원지인 인도는 당시 사실상 백신이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던 데다 불충분한 격리 조치로 하루 확진자 수가 5~6만명, 사망자 수는 1000명을 넘나드는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처음 보고된 람다 변이(페루)와 올해 1월 발견된 뮤 변이(콜롬비아) 또한 백신 보급이 시작되기 전 의료 인프라가 불충분한 환경에서 확산됐다.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된 현재도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변이가 발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종 변이의 발생과 불평등한 백신 보급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우스햄튼 대학의 글로벌 보건 전문가인 마이클 헤드 선임연구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변이는 유전자 검사가 느슨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사하라 남부의 다른 지역에서 대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신종 변이는 느린 백신 보급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모리슨 전략국제연구소(CSIS) 국제 보건담당 국장 또한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다수의 인구에서 통제되지 않은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날 경우, 신종 변이 발생에 최적의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은 불과 6%다. 돌연변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백신접종률이 낮은 만큼 새로 발생한 변이의 확산을 막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예방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완전접종률이 28%인 남아공 내에서 변이의 확산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곧 인접국 및 전 지구적인 변이 확산이 우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초기에 백신을 싹쓸이한 강대국들의 백신 민족주의가 이러한 사태를 불러왔다며, 이들이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모리슨 국장은 “국내의 성취(백신 개발)가 국외의 실패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바로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까지 퍼진 백신 민족주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신종 변이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려면 더 좋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한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보건금융 대사로 활동 중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지난 26일 영국매체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백신 민족주의와 의료 보호주의를 거부할 때 비로소 팬데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저소득국가에 대한 의료·금융 지원을 보장하는 팬데믹 비확산 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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