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12월 1일 보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1월 29일~12월 1일 보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이준석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가면서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대선을 불과 석 달 남겨둔 시점에서 내부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언론도 쓴소리를 하고 있다.

이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의 갈등은 이미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최근에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등을 둘러싸고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패싱’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패싱’ 논란이 지겹다며 의혹을 일축했으나, 다음날에는 윤 후보의 세종 방문 일정에 자신도 동행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메시지와 “^_^p”라는 이모티콘을 남긴 채 잠적한 뒤 30일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부산으로 이동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을 한 뒤, 다음날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장 의원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장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에 대해 “지금 분란의 요지는 왜 날 빼냐는 것”이라며 “영역 싸움을 후보 앞에서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후보는 당내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먼저 만남을 제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1일 독립기념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무리하게 연락하기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오늘이라도 만나러 갈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함께 선대위, 최고위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나 회의 전후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며 이 대표의 당무 복귀 후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이준석 패싱’ 논란 보도, 키워드는 ‘김종인’과 ‘이수정’

빅카인즈에서 ‘이준석’을 검색한 결과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긴 후 잠적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70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대표가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부산으로 향한 30일 가장 많은 305건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선대위’와 이번 갈등의 당사자인 ‘윤석열’ 후보였다. 그 밖에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발탁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이 대표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이 교수는 모두 ‘이준석 패싱’ 논란의 중심이 있는 인물들이다. 우선 김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 이 대표가 줄곧 윤 후보 선거캠프 합류를 주장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인데. 소값 문제가 아니라 예의를 갖춰서 모셔야 한다”며 영입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반대로 이 교수는 이 대표가 영입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이 교수 영입설이 돌자 “이 교수와 우리 당의 방향성이 일치하는지 의문”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이 교수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된 뒤 이 대표에 대해 “나도 30대 아들이 있다”며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언론, 윤·이 모두 비판... "지지율에 도취돼 주도권 싸움"

한편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지켜보는 언론은 당무를 거부한 이 대표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윤 후보 양측을 모두 비판하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1일 사설에서 세종 방문 일정에 대한 이 대표의 불만에 대해 “후보 일정 문제는 ‘도떼기시장’ 같은 캠프 속성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정색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 및 김 전 비대위원장 등 선대위 인선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표 스스로 ‘후보가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듯, 선대위에 관한 한 윤 후보에게 전권이 있다”며 “일단 방향이 잡혔으면 내부에선 토론하더라도 외부엔 그 방향으로 가는 듯 보여야 한다. 정당정치에서 말하는 ‘집단책임’이다”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이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책임을 지는 당 대표라기보다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평론가 행세를 하며 시비를 가리려 한다”며 “이견을 틀어막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중구난방인 국민의힘도 문제다.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당내 여러 이견들을 수습해 하나의 팀으로 선대위를 이끌어야 할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 대표는 늙고 낡았던 야당에 ‘이준석 현상’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은 귀중한 자산”이라며 “식상한 인물들을 선대위에 배치한 윤 후보가 정작 이 대표와는 감정 싸움만 한다면 그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계속 이런 식이면 그런 민심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대선 정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정 비전과 민생정책 과제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하고 유권자들에게 어떤 나라를 택할 것인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그 기회를 유권자들로부터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사사건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마주 서서 벌여 온 국민의힘 내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해묵은 진영 싸움과 정치력 부재라는 점은 주목해 볼 대목”이라며 “어쭙잖은 지지율 1위 여론조사에 도취돼 벌써 정권을 차지한 양 당내 이런저런 세력들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이런 알량한 탐욕조차 정리하지 못하는 정치력이라면 이들에게 나라 5년의 운명을 맡겨도 좋은지를 자문하는 유권자는 갈수록 늘어갈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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