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층 비하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층 비하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뉴스로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황 의원과 민주당은 뒤늦게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조차 그가 어떤 국정운영 철학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윤석열의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다. 수구 언론들의 거짓과 선동이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후 소득과 학력, 연령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황 의원은 해당 표현을 삭제한 뒤 다음날 “초고의 글이 퇴고과정에서 수정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밤사이에 그 내용을 보신 분들이 마음의 불편을 겪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 윤석열 지지율, 저학력·저소득·고령층에서 높을까?

최근 진행된 대선 후보 관련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소득, 학력, 연령 등 각종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따라 후보별 지지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황 의원의 주장대로 저소득·저학력·고령층 유권자가 윤 후보를 선호한다는 주장을 확실하게 뒷받침할만한 조사결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27~28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글로벌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50대 및 60대 이상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2.4%, 54.9%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3.9%, 27.9%)를 앞선다. 반면 30대와 40대에서는 이 후보가 각각 34.7%, 44.7%인 반면 윤 후보는 26.7%, 24.5%에 그쳐 정반대의 경향이 나타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령층이 윤 후보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지만, 20대 이하로 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윤 후보의 18~29세 지지율은 25.4%로 이 후보의 13.8%보다 11.6%p 앞선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조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18세 이상 1019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미디어토마토의 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10대와 50대, 60대 이상에서 앞서고 30대와 40대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18~29세 지지율은 윤 후보 37.7%, 이 후보 24.6%로 13.1%p의 격차를 보였다. 

결국 나이가 많아질수록 윤 후보를 지지한다기보다는, 이 후보가 3040에서 유독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30세 이상 지지율을 무시하고 18~29세 지지율만으로 윤 후보의 지지층이 더 젊다고 말할 수 없듯이, 18~29세 지지율을 무시하고 30세 이상 지지율만으로 윤 후보의 지지층이 더 늙었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소득이나 학력의 경우 설문 문항에 모두 포함하는 조사는 많지 않다. 글로벌리서치의 경우 소득 수준(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에 대한 인식)만 구분했는데, 상·중·하위계층 모두 윤석열 후보가 39%, 36.2%, 37.7%로 이재명 후보(33%, 31.3%, 28.8%)를 앞섰다. 하위계층에서 차이가 가장 크기는 하지만 상·중위계층에서도 오차범위(3.1%) 이상 격차를 보였다. 

학력의 경우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27~28일 1008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자 대결을 가정한 경우, 윤 후보는 중졸 이하와 고졸에서 각각 45.5%와 40.8%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 후보(28.2%, 35.7%)를 크게 앞섰다. 대학 재학 중 이상에서는 이 후보가 32.1%로 윤 후보(31.7%)를 앞섰지만 오차범위(3.1%) 이내였다. 양자 대결을 가정한 경우에는 대학 재학중 이상에서 윤 후보(39.7%)와 이 후보(38.4%)의 지지율이 역전됐으나 역시 오차범위 이내였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지난 22~24일 10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소득과 학력이 모두 포함됐다. 해당 조사에서는 학력을 고졸 이하와 전문대 재학 이상으로 나눴는데, 고졸 이하에서는 윤 후보가 41%, 이 후보가 31%로 10%p의 격차가 났다. 전문대 재학 이상에서는 이 후보(34%)가 윤 후보(32%)를 앞섰지만, 격차가 오차범위(3.1%) 이내였다. 

경제적 계층인식의 경우 윤 후보가 상·중·하위계층에서 각각 38%, 37%, 34%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 후보(37%, 33%, 31%)를 모든 계층에서 앞섰다. 다만 상위계층의 경우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였다.

위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정책 논쟁 없이 지지층 낙인찍기 지양해야...

결론적으로 윤 후보의 지지층이 저학력·저소득·고령층이라는 황 의원의 주장은 적어도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과는 달랐다. 윤 후보는 10대와 5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이 후보는 3040에서 강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학력의 경우 고졸 이하에서 상대적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만 대학 재학 중 이상에서는 두 후보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계층인식의 경우 경우 윤 후보가 모든 계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며, 상위계층에서만 격차가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황 의원이 발언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비하의 뉘앙스를 담고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설령 사실이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선택을 ‘선동의 결과’라고 비난하며 특정 집단에 대해 낙인을 찍는 행위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당내에서도 황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비판하고 훈계하려는 자세는 매우 오만하고 위험한 태도"라며 "민주당 의원과 선대위 관계자들은 국민을 가르치려는 자세가 아니라 겸손하게 경청하고 우리를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정치성향의 관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젊을수록 진보적이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 전공투 세대로 불리는 고령층이 오히려 진보 성향이 강하고 젊은 세대의 보수화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 마이니치신문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자민당 및 스가 총리 지지율이 80%에 육박해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0세 이상은 48%에 불과했다.

결국 시대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학력, 소득, 연령이 정치성향이나 정당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논의는 충분히 이뤄져야 하지만, 편견에 기대어 특정 지지층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낙인찍기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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