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보도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보도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발탁됐다가 사생활 논란으로 사임한 조동연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와 관련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벤트성 인사 영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취재 열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조동연’ 보도의 핵심키워드는 ‘사생활 논란’

빅카인즈에서 ‘조동연’을 검색한 결과, 조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발탁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총 817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는 조 교수가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한 3일 가장 많은 219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사퇴를 암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잠적한 2일에도 159건의 기사가 나왔다. 4일 들어 기사가 39건으로 감소해 언론의 관심이 줄어드는 듯 보였으나, 다음날 조 교수가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다시 기사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조 교수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사생활 논란’이다.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달 30일 조 교수의 과거 결혼생활과 자녀 문제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자격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선대위원장 발탁 뒤 사흘 만에 자진 사퇴에 이르게 됐기 때문. 물론 해군 출신 공익제보자 김영수 전 소령 등이 ‘우주항공전문가’로서의 경력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의혹은 사생활 논란으로 집중됐다.

‘민주당’, ‘선대위원장’, ‘이재명’ 등의 직책이나 당명, 후보명 등의 기초적인 연관키워드를 제외하면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성폭력’이다. 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부단장 양태정 변호사는 5일 조 교수의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페이스북에 ‘조동연 교수의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양 변호사는 “조동연 교수는 2010년 8월경 제3자의 끔찍한 성폭력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폐쇄적인 군 내부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하여 외부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며 “당시 조동연 교수의 혼인관계는 사실상 파탄이 난 상태였기에, 차마 배 속에 있는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홀로 책임을 지고 양육을 하려는 마음으로 출산을 하게 됐다”고 사생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조 교수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그를 둘러싼 논란의 흐름도 역전되는 모양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이더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조 교수를 비판했다가 곧 글을 삭제한 뒤 “방금 올린 글 취소한다. 그 판단은 내가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제를 넘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교수의 선대위원장 발탁을 공개 비판해온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또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런 얘기를 거짓으로 꾸며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인륜파괴로 단정하고 의견을 올렸던 데 대해 당사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 언론, “민주당, 이벤트성 인사 영입 시스템 엉망”

언론은 조 교수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 사설에서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에게 제기됐던 혼외자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인선 전에는 파악이 어려웠다 해도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충분히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주당이 조 교수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응했던 것에 대해 “민주당이 ‘영입 1호’ 간판으로 내세운 사람의 도덕적 결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위협까지 했다는 점”이라며 “아무리 혼탁하고 천박한 선거판이라고 해도 집권당이 거짓과 위협을 예사로 여긴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성향 매체만 민주당의 인사 영입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조 교수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무엇보다 조 교수의 ‘스토리’가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기본적인 검증도 거치지 않고 요직에 발탁한 민주당 책임이 막대하다”며 “당 안에서 인재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선거가 임박해서야 ‘화제성’ 있는 외부 전문가와 명사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해온 관행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달 30일 조동연 서경대 교수의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달 30일 조동연 서경대 교수의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 민언련, “사생활 들추기, 황색언론과 다를 바 없다”

한편,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취재와 선 넘은 보도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3일 “여당 ‘인재영입 1호 낙마’가 들춘 세 가지 민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의혹 제기를 일삼는 유튜버도 문제이지만, 언론마저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비윤리적인 보도 행태를 보인 데 대해 언론단체들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이날 발표한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에서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TV조선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는 이유로 조 교수의 이혼 및 출산 시기와 사유, 전 남편의 소셜미디어와 유전자 검사 내용들을 세밀하게 보도했다. 

조선일보 또한 조 교수의 과거 법원 기록 등 사생활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하게 전했다. 민언련은 이들에 대해 “정치기사로 포장했지만 내용은 황색언론이나 다름없다”며 “과거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사생활 논란, 비윤리적인 성비위 사건에서도 똑같은 잣대로 보도를 해왔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 정치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도 문제

한편, 조 교수 논란을 통해 정치권에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는 언론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3일 사설에서 “대선을 앞두고 상대 당 공격에 여념이 없는 여야가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인들이 한심한 젠더 감수성을 드러낸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점점 심각하게 본다는 것조차 모른 채 여전히 사소한 문제로 여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조 교수의 사진을 올린 뒤 “차이는?”이라는 글을 남겨 외모 비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병준 국민의히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또한 지난 1일 CBS라디오에서 조 교수에 대해 “전투복 위의 예쁜 브로치”, “액세서리 같은 기분”이라고 비하 발언을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이런 발언 전에도 쥴리 논란이 있었고 20대 남성 표를 잡기 위한 성차별적 공약이 포함되는 등 이번 대선은 ‘성평등 원칙을 허무는 선거’가 되고 있다”며 “애초에 국민의힘이 젠더 갈등을 이용한 ‘이남자 정치’를 시작한 게 문제지만 맞대응할 능력이 없는 민주당도 함께 휩쓸려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선거전략 차원에서도 부유하는 젊은 여성 표를 애써 내다버리는 꼴”이라며 “이런 근시안적 정치로 사회가 지향해야 할 성평등 가치가 흔들리고 갈등이 악화하는 것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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