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1인당 전력 소비량 추이.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국가별 1인당 전력 소비량 추이.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뉴스로드]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편뿐만 아니라 당장 에너지 효율을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국의 에너지 효율은 비슷한 경제 규모의 다른 국가에 비해 아직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에너지원단위(에너지소비량÷GDP)을 사용하는데, 한국은 지난 2017년 기준 0.159로 OECD 평균(0.104)보다 52.9%나 높다. 이는 한국보다 전력소비량이 큰 미국이나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독일 등 제조업 중심 국가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게다가 2001년 대비 에너지원단위 개선율도 0.6%에 그쳐 1~2%인 주요국들보다 낮았다. 

이는 1인당 에너지소비량을 따져봐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만458kWh로 OECD 38개국 중 6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1인당 전력소비량 상승률은 약 81.8%로 세계 평균 상승률(37.9%)를 두 배 이상 웃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등은 오히려 1인당 전력소비량이 줄어들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DG 에너지 소속 에디타 노왁이 지난 9일 기후솔루션, 김성환 의원실, 주한 유럽연합 대사관 주최로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EU 에너지효율 시장 확대 협력’ 세미나에서 ‘핏 포 55(Fit For 55) 입법 패키지’에 퐇함된 에너지 효율 관련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DG 에너지 소속 에디타 노왁이 지난 9일 기후솔루션, 김성환 의원실, 주한 유럽연합 대사관 주최로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EU 에너지효율 시장 확대 협력’ 세미나에서 ‘핏 포 55(Fit For 55) 입법 패키지’에 포함된 에너지 효율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 유럽, 에너지 효율 개선 의무화한 입법 추진

이 때문에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만 개선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감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유럽 등에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환경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DG 에너지 소속 에디타 노왁은 지난 9일 기후솔루션, 김성환 의원실, 주한 유럽연합 대사관 주최로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EU 에너지효율 시장 확대 협력’ 세미나에서 ‘핏 포 55(Fit For 55) 입법 패키지’에 포함된 에너지 효율 관련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핏 포 55’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인다는 유럽의 탄소중립 계획안이다. 노왁은 총 14개의 입법안이 포함된 ‘핏 포 55’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에너지 효율 지침(Energy Efficiency Directive)’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침은 1차 에너지 소비 39% 감축 및 에너지 효율 우선 원칙 강화, 에너지 취약층 권리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왁은 에너지 효율 지침에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에너지 관리 시스템 의무 도입, 에너지 감사 및 결과 공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며, 에너지 효율 시장 및 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의 경우, 에너지 효율 입찰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력 소비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스위스 연방 에너지청 커트 비상 박사에 따르면, 스위스는 각종 환경 규제를 비롯해 온실가스 부담금, 거래제 시행 및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을 꾀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정부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입찰과 경매를 활영하는 전략을 도입했는데, 실제 이를 통해 스위스는 보조금제도 대비 약 33%의 공적자금을 절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도입 예정인 에너지 캐쉬백 제도(예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도입 예정인 에너지 캐쉬백 제도(예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산업부 '에너지 효율 혁신방안', 형광등 퇴출하고 EERS 도입

정부도 에너지 효율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탄소중립 견인을 위한 에너지효율 혁신 및 소비행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은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해, GDP는 증가해도 에너지 소비는 감소하는 ‘탈동조화(Decoupling)’에 성공한 반편, 한국은 세계 10위의 대표적 에너지다소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DP와 에너지 소비가 함께 늘어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2019년 ‘에너지 효율 혁신전략’을 마련해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해왔으나 ▲가격시그널 한계 ▲재정적 인센티브(예산・세제 등) 부족, ▲EERS(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 제도 도입 지연 등으로 목표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자평했다. 

산업부는 향후 개별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원단위 목표관리제를 추진하는 한편, 세제·금융혜택을 제공해 에너지효율 기기·설비 도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전기 소비량을 절약한 만큼 캐쉬백을 받는 ‘에너지 캐쉬백’ 제도를 공동주택에 도입하고, 지역 커뮤니티 단위의 에너지효율 기기 설치 및 활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제품의 퇴출을 추진하고 고효율·저탄소 기기를 보급해 빈 자리를 메우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특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저효율 기기 형광등을 단계적으로 퇴출해 오는 2028년에는 수입과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형광등 퇴출만으로도 연간 약 1,584GWh의 전력을 절약하고 온실가스 73만tCO2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그동안 지연됐던 EERS 도입도 서두를 방침이다. EERS는 한국전력 등 에너지공급자에게 에너지 절감목표를 부여하고, 효율향상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아무리 에너지 소비를 줄여도 공급자 차원의 에너지 효율화 노력이 없다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EERS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부는 그동안 EERS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법제화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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