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8일 보도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4~28일 보도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내려진 문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 상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등 1006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한 촛불항쟁에 대한 배신”이라며 “성찰 없는 박근혜에 대한 특별사면이 ‘국민통합’은 커녕 또 다른 불필요한 분란의 불씨를 만들고 또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낭비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측은 이번 특별사면을 반기고 있다. 실제 이날 사면 반대 집회에서 불과 30~40m 떨어진 곳에서는 우리공화당이 지지자들과 함께 사면 축하 집회를 열고 있었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대통령 석방은 자유대한민국을 다시 되찾는 국민 승리의 날이며, 거짓촛불로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진정한 국민통합으로 가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죄없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명예회복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 박근혜 사면, 핵심키워드는 'MB'

빅카인즈에서 ‘박근혜’와 ‘사면’을 검색한 결과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1575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25~26일이 주말이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기사량으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매우 높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날짜별로 보면 사면이 발표된 24일 861건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그 이후로는 기사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사과 기자회견과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 등 다른 정치적 이슈로 언론의 초점이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사면 관련 기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사면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핵심 연관키워드는 역시 사면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을 제외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관심을 모았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은 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감된 전직 대통령이 2명인데, 굳이 한 사람만 고른 것은 ‘MB에 대한 정치보복의 끈이 풀어지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며 “문재인정권 하에서는 사면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 또한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것에 대해 보수진영을 ‘갈라치기’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명단에서 빠진 것은 야권분열 노림수”라며 “향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을 염두에 둔 포석의 냄새도 짙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등 1006개 시민사회단체가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등 1006개 시민사회단체가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 언론, "文, 朴 사면으로 원칙 저버렸다"

언론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이유에 대해서는 보수·진보성향 매체가 극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24일 사설에서 “사면이 비록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사면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부패 범죄 사범에 대해선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문 대통령 스스로 허물었을 뿐 아니라, 사면 취지로 내건 국민 통합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기준에 따르면 뇌물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5년째 수감 생활을 이어온 박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사면을 앞두고 여론 수렴이나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 또한 그동안 강조해온 ‘국민 공감대’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박씨는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으로 대통령으로서 초유의 탄핵을 당하고도, 지금까지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며 “당사자의 사과조차 없이 이뤄진 사면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 앞에 서서 본인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마땅하다”며 “행여 현실정치 개입 등으로 역사적 치유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수 언론 '박근혜 사면' 배경에 의혹 제기

반면 문 대통령의 사면이 정략적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은 평가해야 하지만, 사면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측면도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한 전 총리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함께 사면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죄 혐의를 언급하며 “한명숙, 이석기, 시위 사범 등 정권 편 사람들을 무더기로 풀어주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새 시대로 나아가자’며 하는 사면에서 굳이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 처사에 야박하다는 느낌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이번 사면에 대해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덧씌우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25일 사설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던 것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 임기 중 미래 지향적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상당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정치적 프리즘으로 해석하는 행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또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것이 보수진영 ‘갈라치기’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과도한 피해의식”이라며 “MB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의원의 사면에 대해서는 “형기의 85%를 채워 가석방 기준을 충족한 이 전 의원을 포함, 국민통합 차원의 사면·복권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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