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일 보도된 여성가족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7~11일 보도된 여성가족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남녀 갈등이 대선정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이 여가부 폐지 논란을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언론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별다른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른 정당 대선 후보들처럼 여가부를 성평등부, 양성평등부 등으로 명칭만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8일 “오늘 대변인의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명칭만 변경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며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실질적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여가부 폐지’ 공약은 당시의 입장과 달리 아예 기존 부처를 폐지하고 신설 부처를 설립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 윤 후보는 8일 여가부 폐지 공약이 ‘남녀 갈라치기’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 여가부 폐지 공약, 핵심 키워드는 ‘이대남’

빅카인즈에서 ‘여성가족부’, ‘여가부’ 등을 검색하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582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윤 후보가 처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공약의 사회적 파장이 컸음에도 발언 직후인 주말에는 기사량이 많지 않았다. 월요일인 10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확산되면서 가장 많은 244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여가부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는 물론 폐지 공약의 당사자인 ‘윤석열’이었다. 윤 후보가 지난해 여가부 개편 공약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양성평등가족부’도 주요 연관키워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여가부 폐지 공약의 핵심 타깃으로 여겨지는 ‘이대남’도 여가부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였다. 언론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최근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선대위 영입으로 돌아선 20대 남성의 표심을 붙잡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8일 “윤석열 ‘여성가족부 폐지’... 이대남 표심 잡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알려지자 이대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선 ‘이대남 돌아오는 소리 들린다’, ‘필살기’, ‘이렇게 나오신다면 표를 줄 수밖에’ 같은 댓글이 달렸다”며 젊은 남성들의 반응을 전했다. 

서울신문 또한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나오면서 젠더 이슈가 이번 대선의 뇌관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라며 “신지예씨 영입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2030 남성 지지율이 급락한 윤 후보가 기존 여가부 ‘개편’에서 ‘폐지’로 선회하는 등 ‘이대남’ 잡기에 올인하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여가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최근 갈등을 봉합하고 손을 잡은 이 대표의 아이디어라는 추측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지난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전격적인 재합류 직후 (공약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튼 하나의 결로 가는 과정이라는 맥락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석열이 이준석의 아이디어를 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후보와 저 뿐 아니라 우리 당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에 아바타라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며 “아바타라서가 아니라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 언론, “尹, 남녀 갈라치기 지양해야...” 

한편 언론은 비교적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굳이 남녀 갈등을 자극해 대선 정국의 이슈로 활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동아일보는 10일 사설에서 “(신지예 영입) 이후 2030 남성 지지율이 급락하자 영입 2주 만에 신 부위원장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하더니 이번엔 다짜고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왜 그래야 하는지,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것이 기존 공약이었는데 그동안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 해명도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국민의힘 내부 갈등 과정에서 이탈한 2030 남성 표심을 되찾겠다는 계산밖에는 없는 건가”라며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모색해야 할 대선 후보들이 남녀 간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며 분열의 골을 깊게 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또한 9일 사설에서 “아동·가족·인구감소는 여가부가 지금도 주도하거나 분담하고 있는 정책 현안”이라며 “윤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때 ‘양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공약에서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도 없이 ‘여가부 폐지’부터 불쑥 선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본인 실언과 가족 비리로 20·30대 지지율이 뚝 떨어진 대선판을 젠더 이슈로 흔들어보려는 것인지 묻게 된다”며 “젠더를 불쏘시개 삼아 선거를 치르려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조선·중앙, “여가부가 폐지 논쟁 자초한 면도...”

반면 일부 보수성향 매체에서는 여가부가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폐지는 아니더라도 기능과 역할을 개편할 필요성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10일 사설에서 “적어도 20대가 경험하는 생활세계 안에서 과거와 같은 남녀 차별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역할이 여권신장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첨예한 젠더 갈등까지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는 뭘 했나”고 반문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때는 피해자를 보듬지 못하고 권력형 성범죄에 눈감는다는 비판까지 받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이어 “당초 양성평등가족부 개편을 약속했던 그가 ‘폐지’로 돌아선 것은 젠더 갈등의 올바른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며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중앙일보는 “윤 후보가 이 문제에 진심이라면, 없앨 게 아니라 ‘성평등’ 부처라는 제자리를 찾아주는 게 옳다”며 “마침 이재명 후보도 (성)평등가족부 개편을 고민 중이라니 두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보면 어떨까”라고 두 후보의 정책토론을 제안했다. 

조선일보는 좀 더 직설적으로 여가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0일 사설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대선 쟁점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여성보다 진영 보호에 앞장섰던 여가부 행태에 대한 환멸 때문일 것”이라며 박원순·오거돈 사태에 대한 여가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여성운동을 여당 국회의원이나 여가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해 온 일부 인사의 여성 배신행위가 여가부 폐지 논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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