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왼쪽) 및 부스터샷 접종 추이.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왼쪽) 및 부스터샷 접종 추이.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뉴스로드] 한때 두 자릿수까지 급감했던 일본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8천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연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시작해 지난 8일에는 8302명을 기록하며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를 추월했다. 300명대까지 감소했던 입원자 수 또한 지난 5일 기준 2262명으로 급증한 상태다.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는 도쿄올림픽이 개최된 지난 8월경 일일 최고 2만5천명을 넘을 정도로 급증했으나 9월 들어 확산 속도가 느려지며 11월 한때 44명을 기록할 정도로 감소했다. 덕분에 전 세계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재확산의 공포를 겪고 있는 동안 일본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 100명대를 유지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각국의 의료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높은 백신접종률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둔화에 대해 ▲일본 보건당국이 자연감염을 방치해 집단 면역이 형성됐다거나 ▲델타 변이가 변이를 거듭하다 자연 소멸했다는 가설 ▲일본인의 독특한 유전자 때문이라는 특이체질설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며 이 같은 가설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최근 일본 코로나19 재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군기지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이다.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규제가 주일미군을 상대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되는 것을 세세하게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주일미군은 지난해 9~12월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군인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기지 밖으로 외출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근 지역으로 변이가 확산된 셈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오키나와·야마구치·히로시마 등 3개 현에 대해 방역 비상조치를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지역은 모두 주일 미군기지가 위치한 곳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8일 기준 3개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전국 주일미군 시설 및 구역 내 확진자 수 또한 11일 기준 4324명까지 치솟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검사가 무료화된 것도 확진자 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된다. 누구나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의심 증상이 없는 경우 2만엔의 비용을 지불해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말연시 귀성객을 위해 수도인 도쿄에서 지난달 23일부터 민간 검사소를 통해 무료 PCR 검사를 시작했고, 이 때문에 은폐된 확진자 수가 보건당국의 통계에 더해졌다는 것. 다만 PCR 검사 무료화 이전 0%대였던 양성률이 최근 5%대로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은폐로 과소집계된 확진자 수가 드러났다기보다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실제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의 3차 접종률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에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접종자의 비중은 10일 기준 전체 인구의 79%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두 차례의 접종만으로 코로나19 재감염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화이자가 지난 10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예방효과가 47%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3차 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화에서 3차 접종은 감염을 예방하고 중증·사망 위험을 낮추는데 필수적이다. 실제 영국 보건안전청(HSA)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등의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한 경우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가 75%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HSA의 면역 전문가 메리 램지 박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연구결과로 볼 때 2차 접종 후 수개월이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며 추가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2차 접종 이후 8개월이 지나야 3차 접종을 할 수 있다. 지난달 10일 부스터샷 접종 기간을 2차 접종 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한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기간이다.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가 2차 접종 후 6개월에 걸쳐 점차 감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은 백신접종자들조차 오미크론 변이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일본의 3차 접종은 주요국보다 늦은 지난달 1일부터 시작돼 아직까지 속도가 빨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의 3차 접종률은 0.7% 수준으로 40%를 넘은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3차 접종을 서두르지 않은 것이 재확산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3차 접종 시점을 의료종사자는 2차 접종 후 6개월, 고령자는 7개월로 단축해 부스터샷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기지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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