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5E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공군 홈페이지 갈무리
KF-5E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공군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지난 11일 공군 전투기가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 심정민(29, 공사 64기) 소령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심 소령은 민가에 충돌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도입된 지 40년 지난 노후 기종 F-5, 아직까지 운용되는 이유는?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불가피한 비극이 아니라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이번에 추락한 전투기가 이전에도 사고가 잦았던 노후 기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종 미숙이나 정비 불량보다는 기체 노후화에 따른 고장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군의 노후 전력 교체가 빨랐더라면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번에 추락한 전투기 F-5E는 지난 1974년 처음 도입된 기종으로 1983년부터는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면허 생산되면서 공군의 주력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미 운용된지 40여년이 지난 노후기종인 만큼 탑재된 안전장비나 항법장치가 낙후돼 기상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조종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퇴역을 앞둔 노후 기종인 만큼 개량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추가로 안전장비를 탑재할 공간도 부족하다. 실제 공군에 따르면, F-5 전투기는 2000년 이후에만 무려 12대가 추락했다. 

문제는 군이 노후화된 기체를 수명까지 연장하면서 계속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F-5는 최장 38년의 수명이 완료되는 오는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폐기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15년 수명이 5년 연장됐다.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지연되면서 전력 공백을 우려해 노후 기종을 좀 더 운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추산한 공군의 적정 전투기 보유 규모는 약 430대로, 하이급(F-35A 등) 120여대, 미디엄급(F-16 등) 220여대, 로우급(F-5 등) 90여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공군이 운용 중인 F-5는 현재 약 80여대 수준이다. 만약 F-4, F-5 등 노후 기종이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예정대로 퇴역했다면 적정 보유 규모 대비 100여대 이상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9일 열린 KF-21 시제기 출고식.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4월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KF-21 시제기 출고식이 열렸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홈페이지 갈무리

◇ 20년 걸린 KF-X 사업, 전투기 교체 시점은 언제?

물론 노후 기종이 퇴역한다고 하더라도, 신형 기종의 도입과 맞물려 순차적으로 교체 작업이 진행된다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여러 문제로 지연되면서 개발 시점이 예정보다 늦춰진 것이 문제가 됐다. 실제 KF-X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사업의 타당성 문제로 격론이 오가며 수차례 추진 여부가 번복된 바 있다. 미국에 대한 첨단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사업의 명분은 뚜렷했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생산의 손익분기점은 약 300여대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 1차 도입될 물량은 120대 정도다. 약 180대를 해외에 수출해야 겨우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것. 한국이 개발한 전투기를 해외에 180대나 팔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KF-X에 대한 사업 타당성 조사는 이례적으로 7차례나 진행됐다.

2015년에야 어렵사리 체계개발이 시작됐지만,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 및 및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등의 문제가 겹치며 개발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국산 전투기 개발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지 20년만인 2021년에야 처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지난해 시제기가 출고된 KF-21은 올해 첫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으며, 개발 완료 시점인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2032년까지 120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F-5는 이러한 계획에 맞춰 오는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퇴역될 방침이다.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상당 기간 노후 기종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전투기뿐만이 아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이 운용 중인 공격헬기 280여대 중 약 80%에 달하는 230여대가 이미 수명을 10년 이상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해군도 노후 함정의 퇴역을 고려하면 오는 2035년 중·대형함은 현재의 30%, 고속함정은 5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노후화로 인한 인명 손실을 예방하고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과 신형 전력의 조기 도입 등을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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