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주택매매가격 추이. 자료=KB경영연구소
지역별 주택매매가격 추이. 자료=KB경영연구소

[뉴스로드]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거품으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한계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영끌족’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말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도 주택시장은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통계로 돌아보는 2021년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15% 상승하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18.6%나 상승해 전년(10.6%)보다 상승률이 8.0%p 증가했으며, 특히 인천·경기 지역은 각각 23.7%, 22.5%로 서울(12.5%)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인천 연수구의 경우 무려 42.4%로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다.

서울에서는 이미 상승세가 많이 반영된 강남권에 비해 강북권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구별로 보면 노원구와 도봉구가 각각 21.7%, 20.1%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방도 집값 상승세가 심화된 것은 마찬가지다. 5대광역시와 기타 지방의 주택매매가격은 지난해 각각 11.6%, 9.1% 상승했는데 이는 전년(7.8%, 3.3%)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만큼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96만호로 전년 동기 대비 84% 수준이다. 2020년 128만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주택매매거래량이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는 것. 전체 거래량 중 수도권 비중은 45만8000호로 약 48%를 차지했다. 

전세시장의 경우 지난 2020년 8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 감소로 인해 전세가격이 급등했지만, 최근 들어 매매시장과 달리 안정세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지난해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국 9.4%, 수도권 11.3%로 2020년과 비슷하게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전세가격 급등으로 수요가 주춤한 데다 갱신계약이 다수 이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9월까지는 수도권 월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으나 10월 이후 꺾이기 시작해 12월 들어서는 0.4%로 감소했다. 지방 전세가격 또한 수도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왼쪽), 유형별 주택매매가격 변화. 자료=KB경영연구소
지역별(왼쪽)·유형별 주택매매가격 변화. 자료=KB경영연구소

◇ 2021년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특징

지난해 주택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큰 특징으로는 아파트와 수도권을 중심으로한 상승세의 확산 경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집값 상승세가 지난해 들어 인천·경기 및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서울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20년 10.7%에서 지난해 12.5%로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인천과 경기는 각각 6.7%→23.7%, 11.6%→22.5%로 상승폭이 2~4배 가량 커졌다. 

또한 아파트가 이끌었던 상승세가 비아파트로 확산되는 경향도 확인된다. 실제 지난해 아파트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2%로 여전히 가장 높지만, 연립주택과 단독주택도 각각 7.0%, 3.1%로 지난 10년 평균 상승률(1.6%, 1.5%)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040을 중심으로 한 영끌족의 수요 또한 꾸준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주택구매자 중 40대는 23%, 30대는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40대 비중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23%로 감소한 반면, 30대는 20%에서 21%로 소폭 증가했다. 수도권의 경우 30대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24%로 더욱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수도권 아파트’로 한정할 경우 지난해 3040의 구매 비중은 각각 30%, 26%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서울 아파트 구매자 중 30대는 무려 37%로 수도권(30%)이나 5대광역시(24%), 기타 지방(22%)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택 구매자 연령대별 비중 추이. 자료=KB경영연구소
주택 구매자 연령대별 비중 추이(왼쪽) 및 2021년 아파트 구매자 연령대별 비중. 자료=KB경영연구소

◇ 여야 대선후보 부동산 공약 ‘복붙’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을 밝힌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주택시장 상승률은 예전처럼 가파른 모습을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경영연구소는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이슈가 존재하고, 전월세시장 불안이 여전하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한 주택가격과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 구입 부담이 높아, 가격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5~6%)보다 낮은 4~5%로 설정했으며, 그동안 DSR 산정 시 배제됐던 카드론 등을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대출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가 겹칠 경우 올해야말로 자산거품의 확대 추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오는 3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다. 차기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내년 주택시장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재 둘 다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윤 두 후보는 주택공급 확대,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감면 혜택 강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다주택자 중과 유예 등 ‘복붙’(복사+붙여넣기)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세세한 차이가 있다면 주택공급 공약에서 이 후보는 공공, 윤 후보는 민간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다주택자 중과 유예 기간이 이 후보는 1년, 윤 후보는 2년이라는 정도다. 

당장 대선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로 인해 정책 논쟁은 묻힌 상태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산 공약이 중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과열 양상을 보여온 주택시장을 진정시킬 대안이 어떤 후보에게서 나오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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