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18일 54개 매체에 보도된 '김건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16~18일 54개 매체에 보도된 '김건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6일, 김씨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에 걸쳐 나눈 7시간 45분 분량의 통화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김씨가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일부 내용은 공개가 제한됐으나, 상당 부분에 대한 방송은 허용됐다. 

이날 방송에는 이 기자에 대한 영입 제안이나 선거캠프 관여 정황, 언론에 대한 불만을 비롯해 정치권 미투 사건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 등 김씨 개인의 의견이 소상하게 담겨 있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방송 후에는 미투 폄하 등 문제적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도 많았으나, 사적인 대화를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나 김씨의 의견에 동조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 '김건희 녹취록' 연관키워드는 ‘안희정’, ‘최순실 시즌2’ 비판도...

빅카인즈에서 ‘김건희’를 검색한 결과 MBC ‘스트레이트’가 방송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1072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방송 다음날인 17일에는 무려 538건의 기사가 쏟아져 언론의 높은 취재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윤석열’, ‘MBC 스트레이트’, ‘녹취록’ 등 김씨의 녹취록 관련 보도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기초적인 키워드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키워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다. 김씨는 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난 솔직히 안희정이 불쌍하다.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편”이라며 “나는 미투를 너무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좀 아닌 것 같다. 여자가 좋으면 한번 손 만질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한 “미투 터지는 게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이라며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다. 공짜로 부려먹는 일은 없다. 내가 봐서는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공개되자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지은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성명을 내고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며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씨는 이어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김건희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김건희씨는 MBC측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 또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줄리설’로 인한 여성비하적 인격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도 오랫동안 고통 받아왔었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님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관키워드는 ‘최순실’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김건희씨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씨를 연상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17일 CBS 라디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캠프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김씨 본인의 입에서 나왔다”며 “최순실의 기시감이 든다. 최순실 시즌2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최순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 조언해서는 안 되는 민간인이고 비선이기 때문에 국정농단이 되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로서의 김건희씨가 캠프나 좋은 사람, 선거 전략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나”라고 반박했다. 

◇ 언론, “취재윤리 위반” vs “김씨 발언 부적절” 상반된 평가

김건희씨 녹취록 보도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뉘었다. 김씨의 선거 관여나 미투 폄하에 대해 비판하는 매체도 있었지만, 사적 대화를 공개한 언론이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겨레는 16일 사설에서 김씨가 이 기자에게 구체적 보수를 밝히며 영입제안을 하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취재를 요청한 것에 대해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국민들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장막 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한 국정농단의 실상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미투 관련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경향은 17일 사설에서 김씨의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 고발한 미투를 모욕한 발언”이라며 “공인 자격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노정했다”고 말했다. 경향은 이어 김씨가 MBC에 보낸 서면 사과에 대해서도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미투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직접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취재원의 신뢰를 이용해 사적인 대화를 공개한 언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중앙일보는 18일 사설에서 “김씨 발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해당 기자의 행태는 취재 윤리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며 “수개월간 취재원과 유착하며 녹음하고선 ‘신뢰를 쌓기 위해서였다’고 둘러대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MBC에 대해서도 “공직 후보자 가족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다는 논리로 직접 취재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 분량을 줄이면서 편집권을 행사했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취재를 어떻게 검증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며 “MBC가 ‘시청률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또한 18일 사설에서 “대선 후보의 아내도 공인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개를 전제로 한 인터뷰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사로운 대화처럼 사람을 속여 나눈 얘기, 그것도 정치적으로 공격하려고 함정을 판 내용을 공중파 TV가 그대로 받아 방송한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 언론의 행태라고 할 수 없다. 함정을 판 이들에게 사후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보도된 내용에 대한 실망감도 엿보였다. 한국일보는 17일 사설에서 “16일 방송된 내용이 국민이 알아야 할 중대한 공적 사안이라 할 만한지 의문”이라며 “쥴리 의혹에 대한 해명은 김씨와 통화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보도했으면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언론이 김씨와의 52차례 통화를 녹음해 보도하는 게 정당하려면 그만큼 중대한 공적 사안이어야 한다”며 “공개된 김씨 발언이 진짜 심각한 흠결인지, 정치 공세에 가까운 의혹인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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