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발간된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북 내용 중 일부.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2019년 발간된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북 내용 중 일부.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뉴스로드] 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4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각종 정보의 진위를 비판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직접 하지 않은 발언이 방송 뉴스 화면에 합성돼 유포돼 곤란을 겪은 바 있다. 해당 가짜뉴스는 지난 8일 MBC에서 방송된 윤 후보의 인터뷰 화면에 “여성부 폐지 반응을 볼 겸 SNS에 올려본 것뿐이고 언제든 제 생각은 바뀔 수 있는 거니까, 여성분들은 언짢지 않으셨으면 하고요”라는 자막을 합성한 것이었다. 실제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한 말은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배우자 김경희씨의 낙상사고 후 첫 외출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김씨로 지목된 것. 인터넷매체 ‘더팩트’는 11월 15일 기사에서 “김 씨는 일반인이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정 망토와 검정 모자, 검정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착용했다”며 김 씨의 외부활동 사진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같은 날 카키색 외투를 걸친 채 외출 중인 김씨의 사진을 제시하며 해당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자, 더팩트는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관련 가짜뉴스(위)와 원본(아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MBC 방송화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관련 가짜뉴스(위)와 원본(아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MBC 방송화면 갈무리

◇ 높아지는 인터넷·SNS 의존도,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절실

이처럼 대선 후보와 가족들이 가짜뉴스에 휘말리면서 유권자들도 선거 관련 보도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후보 관련 정보를 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는 현재 가짜뉴스로 인해 선거 결과가 왜곡될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더욱 간과할 수 없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비중은 선거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후 시행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후보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취득하였는지 조사한 결과 ‘포털, 홈페이지 등 인터넷’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3.4%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대 총선(34.6%)에 비해 8.8p 상승한 것으로 TV(30.5%→30.9%), 신문(8.5%→3.9%)의 영향력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SNS라고 답한 응답자 또한 7.5%에서 9.3%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선거 관련 정보 습득의 채널이 TV·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에서 인터넷과 SNS로 옮겨갈수록 선거캠프의 홍보역량 또한 새로운 채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터넷과 SNS에서 가짜뉴스를 걸러내기가 더욱 어려운 데다, 확산 속도는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특히 인생 첫 선거를 치르게 될 10~20대의 경우, 인터넷과 SNS 의존도가 더욱 높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경우 ‘포털·홈페이지 등 인터넷’(59.9%)과 SNS(14.3%) 의존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높은 반면, TV(13%), 신문(4.3%) 의존도는 낮았다. 무엇보다 청소년 시기부터 선거와 정치에 관련된 구체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뜻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가 제공하는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 사진=PBS 러닝 미디어(PBS Learning Media)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공영방송 PBS가 제공하는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 사진=PBS 러닝 미디어(PBS Learning Media) 홈페이지 갈무리

◇ 美,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목표로 제시... 한국은?

실제 해외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선거·정치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부가 세운 교육목표인 ‘시민성과 정부 교육 국가기준(National Standards for Civics and Government)’에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민주 시민으로 해야 할 역할 등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 실제 9~12학년 대상 교육목표에는 정당과 이익단체, 시민 등이 공공 의제를 형성하는 과정, 미디어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 정치인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영방송 PBS 또한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PBS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PBS 러닝 미디어’(PBS Learning Media)에서는 과학, 사회, 언어, 기술, 수학 등 다양한 교과목에서 교사들이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는 선거 관련 교육자료도 포함돼 있다. 선거와 관련된 최신 이슈부터 과거 선거 캠페인 자료, 투표방법 및 정당 시스템뿐만 아니라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자료도 활용할 수 있는데, 동영상 자료를 보고 뉴스의 핵심 내용을 이해한 뒤 근거가 불확실한 주장 등을 판별하고 비판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지난 21대 총선부터 자체적으로 팩트체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1대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팩트체크 자료를 4회에 걸쳐 게시했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함께 제작한 ‘선거·정치미디어리터러시가이드북’ 또한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선거를 앞두고 일독을 권해볼 만하다. 가이드북은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방법부터 비판적으로 정보를 읽고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방법, 나아가 미디어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 등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같은 사건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 기사나 편향된 시각에서 해석한 기사, 특정 후보에 대한 홍보성 기사 등의 예시를 열거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 선관위에서도 청년 유권자 등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세종시 선관위는 지난해 11월 한국영상대학교, 고려대학교 조치원캠퍼스 학생에게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주제로 청년 유권자 정치참여 연수를 실시했다. 충남, 울산 선관위 등도 지난해 교원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내용을 포함한 선거 전문교육 연수를 실시했다. 선거를 앞두고 확대되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번 대선을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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