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25일 보도된 '추경'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21~25일 보도된 '추경'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두고 정치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 모두 추경 증액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언론은 재정악화를 우려하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2022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집합금지, 영업시간 및 인원·시설이용 제한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소기업 320만개를 대상으로 한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 재원(9.6조원)이다. 이 밖에도 병상 추가 확보 및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생활지원비·유급휴가비 지원 등 방역 보강 재원 1.5조원,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한 예비비 1조원 등을 포함해 전체 추경 규모만 14조원에 달한다. 

◇ 추경 관련 보도의 키워드는 여야 ‘대선 후보’

빅카인즈에서 ‘추가경정예산’과 ‘추경’을 검색한 결과,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한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495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는 추경안이 의결된 21일 가장 많은 210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에는 기사량이 하루 50~70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추경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였다. 이는 이번 추경이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의 손실보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1951년 이후 처음으로 1월 추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방역조치 연장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확대되어, 자영업 소상공인 피해를 두텁게 지원하고 방역을 추가 보강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강한 경제회복 등으로 예상보다 더 늘어난 지난해 초과세수(약 10조원)를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에 신속 환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이름도 추경 관련 기사에서 자주 거론됐다. 이는 대선후보들이 모여 추경 증액을 논의하지는 이 후보의 제안을 윤 후보가 거부하며 논란이 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이 의결된 21일 추경 규모를 14조원이 아닌 35조원으로 증액해야 한다며 대선후보 간 긴급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윤 후보 또한 지난해 8월 이미 5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나, 이 후보의 회동 제안은 거절했다. 윤 후보는 21일 이 후보의 제안에 대해 “저는 이미 할 이야기를 다 했다. 뭐를 논의하자는 것이냐”며 “저희는 이미 추경안의 규모와 사용방법을 다 말씀드렸다. 그걸 가져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보내면 양당 원내 지도부가 논의하는 게 순서”라며 “실효적인 조치를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이런 행동을 국민께서 진정성 있게 볼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2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만나는 것도 거부하고 정부가 예산을 마련해 오면 하겠다는 얘기는 결국 안 하겠다, 말로만 하자고 하겠다는 취지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민을 고통스럽게 해서 상대방을 증오하게 한 다음에 내가 표를 얻겠다, 이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망국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자료=기획재정부

◇ 언론, “여야 추경 증액 논의는 ‘공유지의 비극’”

언론은 정치권의 추경 논의, 특히 여야의 추경 증액 요구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24일 “여야의 꼴사나운 추경 35조원 증액 경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여야 대선후보들의 ‘묻지마 식’ 돈 퍼붓기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국회에서 추경안 의결이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묻고 더블로 가자’는 극단적 상황”이라고 여야의 추경 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아무리 코로나 비상시국이라고 해도 국채 발행까지 동원한 608조원 규모의 거대 본예산이 발걸음을 떼자마자 추경을 거론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선거가 과열되면서 그야말로 황폐해지든 말든 내 것 아니니까 먼저 쓰고 보자는 ‘공유지의 비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 또한 22일 사설에서 “대선을 앞둔 여야 퍼주기 경쟁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적자 국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국채값 하락)해 시중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까지 겹쳐 자영업자와 가계의 이자 부담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정치권의 추경 요구를 촉발한 작년 초과세수 60조 원 중 절반 가까이는 높아진 집값, 징벌적 과세로 늘어난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수였다. ‘거래절벽’이 닥친 올해는 관련 세수가 감소해 재정 사정이 나빠질 조짐이 보인다”며 여야에 “과도한 증액을 자제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축소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 추경 증액 불가피하면 국채 발행 규모라도 최소화해야

추경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세출을 조정해 국채 발행 규모만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22일 사설에서 “정치권이 제안한 지원금액에 따라 추경 규모를 계산해 보면 민주당 안은 25조~30조 원, 국민의힘 안은 32조~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로 역대 최고치로 오른다. 추경 규모를 더 늘리겠다고 국채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여야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한목소리를 내는 만큼 우선 본예산 세출을 최대한 조정해야 한다”며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재원 마련을 위한 세출 조정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또한 21일 사설에서 “지난 2년 간은 초저금리 덕분에 정부의 국채 발행이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시중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변수로 등장했다”며 “추경이 이런 의도하지 않은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추경을 확대하더라도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구조조정해 3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의 주장을 소개하며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추가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야가 동의한다면 충분히 현실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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