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사진=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사진=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로드]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가 대선 정국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극우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는 등 여야 후보 간의 설전도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윤 후보는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되어 있으며, 이 중 6명이 피부양자였다.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원의 건보급여를 받았으나, 약 10%만 본인이 부담했다”며 “피부양자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명의 도용을 막는 등의 국민 법감정에 맞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1일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나치의 말로를 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외국인 의료보험은 연간 5천억원 이상 흑자 즉, 오히려 내국인이 득 보고 있다”며 “혐오와 증오 부추기고 갈등 분열 조장하는 것은 구태여의도 정치다. 급하시더라도 잘하기 경쟁하는 통합정치의 정도를 가자”고 말했다. 

◇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숟가락만 얹고 있을까?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숟가락’만 얹고 있다는 윤 후보의 주장과, 오히려 내국인이 득을 본다는 이 후보의 주장 중 현실에 가까운 것은 어느 쪽일까?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후보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당장 지난 2020년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118만2341명이 납부한 보험료는 1조4915억원, 공단이 외국인에게 지급한 급여비는 9200억원으로 재정 수지는 총 57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오히려 건보재정 고갈 위험을 외국인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통해 완화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수지 흑자 규모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247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외국인 건보 재정수지는 2018년 225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19년 3671억원, 2020년 5715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 당연가입 제도 때문으로 보인다. 이 조치로 인해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재외국민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전체 가입자 평균 수준의 보험료(약 11~12만원)를 내게 됐다. 오는 3월부터는 외국인 유학생의 건강보험 가입 또한 의무화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 해결 공약을 '극우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 해결 공약을 '극우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통계적으로 볼 때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숟가락만 올리고 있다는 윤 후보의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공약은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에게 “외국인 명의도용 건강보험 부정수급 막자는 게 외국인 혐오라니, 외국인 명의도용 단속을 반대하는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5년 6개월동안 외국인이 건강보험증을 대여·도용하거나 자격상실 후 급여를 부정수급한 금액은 총 316억1600만원(33만1384명)이었다. 이 중 환수된 부정수급액은 절반 수준인 161억1400만원에 불과하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액 규모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 31억5600만원이었던 부정수급액은 2016년 24억7700만원으로 감소했으나, 2017년 64억7400만원, 2018년 88억8700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부정수급자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면서 2019년 72억8200만원, 2020년 17억5800만원(6월 기준)으로 부정수급액이 다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피부양자 등록이 문제? 외국인이 내국인 절반 이하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무리다. 통계적으로 보면 외국인은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짚어볼 것은 외국인 부정수급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피부양자’ 문제다. 윤 후보는 “2021년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다”며 “한 가입자의 경우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까지 등록해 온 가족이 우리나라 건보 혜택을 누린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단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자 상위 10명 중 7명은 중국인이었고, 5명은 피부양자였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당사자는 6개월간 국내 체류라는 조건이 있지만 피부양자는 체류 조건이 없어 치료만 받고 바로 출국하는 ‘꼼수’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사례를 외국인 가입자 전체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일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격부과실장은 지난 2020년 KTV국민방송을 통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피부양자 인정 또한 내국인과 같은 조건에서 적용을 받고 있다”며 “내국인의 경우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자는 외국인이 내국인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무임승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9년 12월 기준 내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자는 1.05명, 외국인은 0.39명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내 거주 기간과 관계 없이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조건 또한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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