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통계청
코로나19 이후 소득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통계청

[뉴스로드]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이 넘게 이어지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정책으로 분배지표는 예상보다 양호한 상태지만, 근본적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코로나19 이후 소득분배 지표 모두 개선돼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임기 내) 가장 긍정적인 성과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줄이고, 분배를 개선한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양극화가 개선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통계를 보면 문 대통령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0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1로 전년(0.339) 대비 0.008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수치로, 0부터 1까지의 숫자로 표현되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타나냈다. 

최상위 20%(5분위)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20%(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배율도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은 5.85배로 전년(6.25배) 대비 0.40배p 줄어들었다.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도 15.3%로 전년 대비 1.0%p 하락했다.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세 가지 지표 모두 코로나19 이후 소득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됐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저소득층의 삶이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중상위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정부가 저소득층 중심의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격차가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가구당 평균소득은 6125만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사업소득은 1135만원으로 오히려 1.4% 감소했다. 반면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602만원으로 전년 대비 31.7%나 늘어나며,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근로소득 지니계수 및 10분위배율 변화. 자료=용혜인 의원실
근로소득 지니계수 및 10분위배율 변화. 자료=용혜인 의원실

◇ 벌어지는 근로소득 격차, 일자리 대책 절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공적이전소득이 모두 포함된 처분가능소득이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면 소득 불균형은 코로나19 이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근로소득 100분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까지 꾸준히 개선 추세를 보이던 소득분배지표는 2020년 모두 악화 반전됐다.

실제 상위 10%의 소득(총급여 기준)을 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10분위배율은 매년 감소해 2010년 77배에서 2019년 40.8배로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2020년 들어 10분위배율은 42.4배로 오히려 전년보다 악화됐다. 근로소득 지니계수 또한 2010년 0.511에서 2019년 0.444로 매년 낮아졌으나 2020년에는 0.446으로 올라 그간의 개선 추세가 역전됐다. 

이는 상위계층의 근로소득이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하위계층은 오히려 실질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분위별 소득 증가율을 보면 근로소득 상위 0.1%의 2020년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는데, 이는 2010~2019년 평균 증가율(6.0%)보다 4.4%p 높은 수치다. 반면 하위 10%의 2020년 소득증가율은 0.8%로 2010~2019년 평균 증가율(13.5%)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하위 10%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셈이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위별 소득 점유율에서도 나타난다. 근로소득 하위 50%의 점유율은 2010년 14.9%에서 2019년 20.2%까지 상승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0.1%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2010년 7.6%에서 2019년 7.2%로 낮아졌다가 2020년 다시 7.5%로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계속된 소득 격차 개선 추세가 코로나19로 인해 역전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악화되고 있는 근로소득 격차를 방치한다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저소득층의 삶의 기반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지만, 재정이 ‘마르지 않는 샘물’은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는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용혜인 의원은 “자산소득 격차의 확대를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 전체 시장소득 불평등 악화를 일정하게 억제하던 근로소득이 코로나19 시대에 그간의 역할을 더 수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며 “코로나 시대는 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의 필요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라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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