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코리아에 전시된 화학공장모형.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세미콘코리아에 전시된 화학공장모형.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뉴스로드] 3년만에 오프라인에서 개최된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코리아2022'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미국, 일본, 독일, 슬로베니아 등 여러 국가의 참가자들은 1주일 정도의 입국자 격리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방문하여 열기를 더했다.

전체 참가 기업의 40%는 외국기업이었고, 전시회는 코엑스의 A,C,D관을 모두 사용할 만큼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되었다. 독일 머크, 일본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과 같은 업계 거장들도 참가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도쿄일렉트론은 쇼핑백을 무료로 나눠주며 상당한 홍보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우리들은 이미 반도체가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한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CMOS소자, 연산을 담당하는 논리회로와 DRAM, 데이터를 저장하는 3차원 낸드 플래쉬는 모두 반도체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차의 엔진제어장치,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도 반도체가 없이 작동할 수 없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은 세미콘코리아 2002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경쟁력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반도체 검사장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다양한 반도체 검사장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의 도전정신과 끈기는 이미 오래전 모래사장에서 반도체란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매출만 94조를 창출하여 인텔의 반도체 매출액을 능가하면서 반도체 관련 매출1위의 왕좌를 재탈환했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매출액 43조원을 기록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를 위하여 웨이퍼를 들고 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50조원 이상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원대한 계획을 이미 밝혔다. 미국은 반도체 패권장악을 위하여 대만의 TSMC를 압박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견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신장위구르 출신을 베이징 올림픽 최종주자로 선발했다.

세계1위를 수성하기 위하여 삼성전자는 2021년에만 경기도 평택, 중국시안 등에 43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2022년에도 70조원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2017년 키옥시아에 지분투자를 했고, 2020년에 인텔로부터 9조원을 지불하고 낸드플래쉬 사업인수를 진행했으며 향후 용인에 12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위탁생산으로 불리는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도 올해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TSMC는 이미 6만명의 직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직원 2만명의 3배나 되는 규모이다.

다양한 클린룸 용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다양한 클린룸 용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대 업체의 반도체 매출만 140조원이 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반도체는 먼지가 없는 청정한 클린룸 환경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이 산업은 공기정화나 공조업체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장갑이나 의복 등을 만드는 다양한 클린룸 용품업체나 모터의 마찰로 인한 이물질을 방지하는 자기부상모터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은 크게 8개로 나눠지며 각각의 공정들은 다양한 화학산업과 기계산업, 로봇산업을 발전시킨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웨이퍼를 만들고 실리콘 산화막을 형성하는 산화공정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포토공정 ▲필요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에칭 또는 식각공정 ▲회로간의 구분과 연결을 만드는 박막공정 ▲웨이퍼가 전기적 특성을 가지도록 하는 이온주입공정 ▲금속선을 연결하는 금속배선공정 ▲품질을 평가하는 검사공정과 ▲패키징을 완성하는 포장공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웨이퍼 등 이송장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웨이퍼 등 이송장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반도체 제조의 산화공정이나 박막공정, 이온주입공정에는 정밀한 화학물질의 공급이 필요하다. 이로 인하여 ▲불순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정밀한 배관용접장비나 ▲미세한 분량으로 액체를 공급하는 장비 ▲유해한 화학물질을 검출하고 대기오염을 제거하는 업체들도 연관산업으로 발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웨이퍼에 금속선을 연결하는 다양한 도금업체들도 이번 전시회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었으며, 품질을 검사하기 위한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 제품도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최신의 검사 장비들은 인공지능 기법을 도입하여 사람의 일손을 크게 줄인 장점이 있었다.

포장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협동로봇.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포장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협동로봇.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검사나 포장을 용이하게 하는 협동로봇들도 반도체 연관 산업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다. 협동로봇은 4,000만원~6,000만원의 고가이지만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한국은 이미 인구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보유대수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고밀도와 저전력을 앞서 구현하는 업체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령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4나노 공정에서 파운드리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올해 3나노급의 더욱 미세화된 제조공정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밀도구현을 위하여 D램 분야에서 평면적인 트랜지스터를 기둥모양으로 배치하거나, 커패시터를 줄이면서 집적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쉬 분야에서 현재 176단까지 적층 생산이 가능한데, 3차원으로 200단이상까지 쌓는 기법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플래쉬 메모리에 전자를 가두어두기 위하여 질화규소를 사용하는데 입자를 더욱 강하게 끌어들이는 새로운 부도체 물질도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는 1억개 이상의 픽셀을 가진 카메라소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광자가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 간섭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인텔은 전력 공급장치를 웨이퍼 뒷면에 배치하여 밀도를 높이면서 전력관리를 이원화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모래에서 황금을 낳는 유망사업이지만 경쟁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삼성전자도 개발초기에 한 개당 1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오늘도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웨이퍼의 표면을 분자단위로 깎아내던 것을 원자 단위로 깎겠다는 원대한 야심을 가지고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필자약력]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뉴스로드 여정현newsroad2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