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김성주 의원실이 지난 10일 공동 주최한 ‘금융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와 국민연금의 역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김성주 의원실이 지난 10일 공동 주최한 ‘금융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와 국민연금의 역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뉴스로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국내 최대의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자산은 지난해 10월말 기준 약 918조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봐도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미국 국부펀드·연기금 분석기관 글로벌SWF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운용자산(AuM)은 2월 기준 776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부펀드·연기금 중 6번째로 많다. 연기금만 따지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런 만큼 국민연금의 투자방향은 기후위기 대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탄소중립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계속 자금이 유입돼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 반대로 국민연금이 탄소중립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2050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여전히 석탄 투자의 ‘큰 손’이다. 지난해 2월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가 전 세계 금융기관의 석탄 산업 투자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총 114억2300만 달러(약 12조6500억원)를 석탄 관련 채권 및 주식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투자기관 중에서는 11번째로 석탄 투자 규모가 크다. 

국민연금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투자기준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 투자제한 전략 도입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은 석탄채굴 및 발전 관련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하고 향후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기후위기 책임투자를 위한 국민연금의 노력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네거티브 스크리닝의 구체적인 도입 시점과 범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연구용역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단계적인 실행방안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연구용역 입찰 공고는 회의 뒤 반년이 지난 11월에야 올라왔다. 

 

네덜란드 APG의 에너지부문 투자 비중. 자료=APG
네덜란드 APG의 2020년 에너지부문 투자 비중. 2015년에 비해 석탄(검은색)은 줄어들고 재생에너지(옅은 노란색) 비중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APG

반면 해외 연기금은 이미 엄격한 ESG 투자기준을 확립해 화석연료 관련 산업을 투자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는 지속가능개발지수 자산 소유자 플랫폼(SDI Asset Owner Platform)을 자체 개발해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하는 투자대상을 선별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물론 빈곤, 불평등, 무기, 보건 등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는 철저해 배제하겠다는 것. 실제 APG는 지난해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 투자를 이유로 투자를 전면 철회한 바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또한 엄격한 ESG 투자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 등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이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 바 있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다른 투자기관이 매긴 ESG 등급이 아니라 기업의 원자료를 직접 분석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걸러내는데, 투자배제 기준도 단순히 화석연료와의 연관성을 넘어 생물 다양성, 물 사용 등 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탈석탄을 의식해 급격하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경우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탈석탄 투자를 실천하고 있는 해외 연기금 관계자들은 수익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덴마크 사학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 Pension)의 안데스르 쉘데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0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김성주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금융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와 국민연금의 역할’ 토론회에서 “한 부문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수익률 차이가 별로 없다”며 “화석연료 부문처럼 특정 영역에 투자 제한이 있더라도 연금 운용 수익률엔 결정적인 영향이 없으며, 석유 기업의 수익률과 유가 연동성이 감소하는 점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배제에 리스크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연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지민 사무관은 “석탄발전사업은 국내 에너지 수요를 고려하여 국가적으로 계획되었던 사업이므로 투자를 회수하거나 중단하는 정책이 타당한지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투자비중이 낮은 해외 연기금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제를 맡은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2021년 기준으로 석탄 투자 금액이 14조원으로 2020년에 비해 오히려 2조원 증가했다”며 “국민연금의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현재 준비 중인 탈석탄 정책이 충분히 실효성 있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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