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일 보도된 대선 후보 단일화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3~15일 보도된 대선 후보 단일화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던 안 후보가 입장을 바꿔 단일화에 나서면서 언론의 관심도 두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특히 당장 극복해야 할 지금의 위기와 미래지향적인 개혁 과제들을 수행해나가려면 국민들의 신뢰 속에 압도적인 승리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며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아직 단일화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제안하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여론조사'로 야권 후보 단일화? '역선택' 문제로 윤·안 갈등

빅카인즈에서 ‘안철수’, ‘윤석열’, ‘대선 후보’에 관한 기사 중 ‘단일화’가 포함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54개 매체에서 총 92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안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한 13일은 일요일이었음에도 354건의 기사가 쏟아졌고, 다음날인 14일에도 358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윤·안 야권 단일화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한 키워드는 ‘여론조사’였다. 단일화 방식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지가 이번 논의의 핵심이다. 안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누가 더 미래를 이끌 적임자인지는 오롯이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경선은 복잡할 일도, 시간 끌 일도 없다”며 “상식에 기반해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 말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과 안철수 후보가 합의한 단일화 방식은 무선전화 100% 방식의 여론조사를 두 차례 시행해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에 대해 물은 뒤, 그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연관 키워드 목록에서 눈에 띠는 또 다른 키워드는 ‘역선택’이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방식으로는 ‘역선택’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선택은 국민의힘·국민의당이 아닌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며 결과를 왜곡시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오·안 단일화 당시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대본 대변인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후보가) 4.7 보궐선거 방식을 언급했는데, 과거와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기준을 제시한 점이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야권의 불협화음을 더 키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어제 민주당 핵심인사인 나꼼수 멤버 한 명이 ‘단일화 여론조사가 시작되면 안 후보를 밀어야 된다’며 선동하는 모습이 많이 회자됐다”며 “이런 방식으로 전체적인 야권 단일화에 대해 선동이나 갈등조장행위가 벌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어제 나왔던 내용으로 단일화 국면을 끌고 가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 언론, "'나눠먹기'식 아닌 가치·정책 공유하는 단일화 필요"

언론은 윤·안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잡음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만을 고려한 기계적 결합이 아닌 정책과 국정 비전을 공유하는 화학적 결합이 돼야 단일화 효과가 날 수 있는데, 단일화 방식을 두고 소모적인 신경전만 계속되고 있다는 것. 

한겨레는 13일 사설에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쟁 후보들이 손을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지 않는 단일화는 ‘권력 나눠 먹기’일 뿐”이라며 “단일화를 통해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정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먼저 국민 앞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또한 14일 사설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는 ‘1+1=2’처럼 단순한 산술적 영역이 아니다. 단일화 논의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역풍을 맞는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진정한 정권교체라면 새로운 정치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윤, 안 후보는 함께 할 국정운영의 비전·정책부터 가다듬어야 한다”며 “경선 룰을 놓고 서로 압박하는 치킨게임만 계속한다면 제 잇속만 챙기려는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신문은 후보들의 국가비전과 공약보다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며, 두 후보 간 논의가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14일 사설에서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을 둘러싼 공방 대신 야권 후보가 누구로 단일화되느냐 하는 눈앞의 상황에 20대 대선 선거전이 매몰될 소지가 커졌다”며 “단일화 논의 자체가 대선 레이스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대선 이후의 국정에 대한 담론마저도 실종시켜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양측에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까지, 심지어 다음달 초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당장 23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투표는 물론 다음달 3~5일 사전투표의 많은 선택을 사표로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단일화 조건과 약속 이행 방안 등에 속히 합의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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