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1월말 IB 전망치 평균)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1월말 IB 전망치 평균)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뉴스로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해지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국내외 연구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한 지난해보다 소폭 하향조정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1일 발표한 ‘2월 경제 브리프’에서 “코로나 확산세, 글로벌 성장률 둔화, 국내외 통화 긴축 가속화, 추경 등을 반영하여 2022년 국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 것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뿐만이 아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하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4.9%에서 4.4%로, 한국 경제성장률은 3.3%에서 3.0%로 하향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2022년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다. IMF는 “지난해 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동이 제한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졌으며, 공급차질이 계속 경제활동을 압박하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위기가 경제회복 경로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비록 증상은 경미하지만 높은 전파력으로 인해 노동력 부족과 의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며, 이동 제한도 1분기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며 “만약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성장률도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유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해 시장에 돈을 쏟아부었던 각국 정부가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 8월부터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이미 제로금리 시대를 벗어난 상태다.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및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가 ‘경제전망모형’(WQPM)를 사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은 기준금리 인상(기존 전망 대비 50bp)은 GDP 성장률을 2022년 0.09%p, 2023년 0.06%p 하락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미국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영향(-0.13%p)을 더하면 내년에만 –0.22%p의 악영향이 예상된다.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불확실성은 대부분의 경제 관련 연구기관이 지적하는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지난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에서 “최근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자료=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자료=국제통화기금(IMF)

오미크론 확산과 통화 긴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기대를 한참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학계는 현 상태가 계속될 경우 5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경제토론패널 소속 학자 37명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절반이 넘는 19명이 한국 경제상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0%대를 예상한 응답자도 3명이나 됐으며, 2%대는 15명, 3% 이상은 1명 뿐이었다. 

1%대를 예상한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높은 물가 상승율이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경제성장율에 큰 성과가 있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기술 혁신이 발생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대를 예상한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도 “향후 취업자 수의 감소 전망과 물적자본의 기여도 저하 추세를 고려할 때 생산성이 반등하면 2%대를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대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예상보다 빨리 수그러들 경우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14조원)을 편성하는 등 코로나 확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1차 추경안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05%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기저효과를 제외한 한국의 2020~2022년 평균 성장률은 2.01%로 선진국(1.38%)은 물론 G7 주요 선진국 성장률을 모두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 조정폭 또한 한국(-0.3%p)이 미국(-1.2%), 중국(-0.8%)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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