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뉴스로드] SK의 자회사 SK이엔에스(SK E&S)가 ‘CO2 프리(Free) LNG(액화천연가스)’라며 선전해온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SK이엔에스가 LNG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해온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포집저장 기술)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SK E&S와 호주 석유기업 산토스(Santos), 일본 전력기업 제라(Jera)가 합작해 호주 북부 300km 해역에서 추진 중인 사업으로, 현재 확인된 매장량만 약 7천만톤에 달한다. SK E&S는 오는 2025년 가스전 공사가 완료된 후 20년간 매년 350만톤의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가스전 개발사업이 초래할 환경오염이다. LNG는 상대적으로 석탄·석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LNG 역시 재생에너지에 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데다, 가스전 또한 유전이나 석탄 채굴과 마찬지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할 위험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지난해 5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가스 및 석유 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SK E&S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에서 LNG 350만톤을 생산·액화·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400만톤으로 추정된다. 

SK E&S는 화석연료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S 기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SK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9월 한국석유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동해가스전 CCS 실증모델 개발 및 CCS 사업 확장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천연가스 생산이 종료될 동해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인데, 이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본격적으로 천연가스가 생산되기 시작할 시점과 일치한다. 예상대로 연구가 마무리된다면 실제 바로사 가스전에 CCS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CCS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적으로 줄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CCS를 도입하는 것은 사업의 지연과 비용 상승을 초래하면서도 정작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EEFA는 이미 지난해 10월 바로사 가스전 사업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SK E&S의 협력사인 산토스가 관계당국에 제출한 다윈항 가스 파이프라인 설치 계획서를 반영해 추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했다. 천연가스 운송 경로 전망이 기존 계획과 달라져 추가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자료=IEEFA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 자료. A는 2018년 사업계획서의 배출 전망, D는 최신 계획서에 따른 배출 전망이다. 자료=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기존 계획에 따르면 대부분의 천연가스 처리가 바로사 해상 가스전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로사와 다윈항을 잇는 신규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IEEFA는 천연가스 처리 작업이 해상 가스전에서 300km 떨어진 다윈 LNG 터미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CCS를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500km 떨어진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IEEFA는 바로사 가스전 계획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CCS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와 유사한 수준(54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천연가스에 불순물로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CCS를 통해 전량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다윈 LNG 터미널에서의 배출량도 150만톤에서 35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

기존 계획과 달리 바로사 가스전에서 바로 천연가스를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계획보다 3배 많은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통해 다윈 LNG 터미널로 보내야 한다. 터미널에서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CCS를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도 다시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압축해서 보내진다. 이처럼 이산화탄소 운송 경로가 길어질 경우 기존 계획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결국 늘어날 수밖에 없다.

IEEFA의 애널리스트 존 로버트는 “이산화탄소를 이렇게 장거리로 이동하려면 압축과 공정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성공적으로 탄소 포집과 저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노력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말했다. 로버트는 이어 급격히 바뀐 가스전 사업 여건을 반영한 계획에 대한 검토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지 바로사 가스전의 사업 개시 승인을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이번 IEEFA의 보고서는 가스전 사업의 만능열쇠로 여겨졌던 CCS 사업이 되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없는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현재 투자를 검토 중인 공적 금융기관들도 CCS 추진에 따른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리스크를 고려해 투자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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