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곧 기축통화국에 편입" 사실일까?
"한국, 곧 기축통화국에 편입" 사실일까?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2.02.22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뉴스로드]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이 화제다. 이 후보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의 차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연히 안다. 우리나라도 곧 기축통화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정도로 경제 체력이 튼튼하다”고 답했다.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야권은 물론 토론회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기축통화는 국가간 결제 및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뜻하며, 현재 미국 달러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 전경련, “원화, IMF SDR 편입 가능성 충분”

“한국이 곧 기축통화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주장이 최근 재계로부터 제기된 적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지난 13일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원화가 편입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후보 측 선대위 공보단 또한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해당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며 해명한 상태다.

SDR은 IMF가 지난 1969년 금·달러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국제준비통화의 한 종류로,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의미한다. IMF 회원국은 출자액 비율에 따라 SDR 지분 부여받는데, 필요 시 이를 SDR 바스켓을 구성하는 5개 통화(달러, 유로, 위안, 엔, 파운드)로 교환할 수 있다. 즉 SDR을 보유한 국가는 유동성 위기 등에 직면했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외화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특정 통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된다는 것은 해당 통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식 통화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경련은 ▲한국 경제의 위상 ▲IMF 설립목적과 부합 ▲세계 5대 수출강국 ▲국제 통화로 발전하는 원화 ▲정부의 원화 국제화를 위한 노력 등 5가지를 원화의 SDR 편입 근거로 제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어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경우, 우리경제는 시뇨리지 효과 등으로 최소 112.8조원의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중반 진행될 IMF 집행위원회의 편입 심사에 앞서 정부가 원화의 SDR 포함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5년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될 당시 외신에서 원화를 다음 주자로 지목한 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2015년 12월 IMF가 위안화 외에도 다른 통화를 SDR 편입 대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원화가 수출 순위로만 보면 편입 대상 1순위라고 지목했다. 

◇ SDR=기축통화? 원화 국제결제 비중 0.2% 수준

문제는 SDR 바스켓에 포함된다는 것을 기축통화로 해석할 수 있느냐다. ‘넓은’ 의미에서라면 SDR 바스켓에 포함된 통화를 ‘기축통화’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기축통화는 국제기구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발행 주체의 경제·군사·외교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축통화=미국 달러”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이유다. 

게다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원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0.2% 미만으로 아직 세계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SDR 편입 경쟁상대인 캐나다 달러(1.62%)나 싱가포르 달러(0.93%)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 곧 기축통화에 편입된다”는 주장이 성립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전경련 또한 이번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전경련은 22일 설명자료를 내고 “전경련이 이를 제안한 배경은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지위로서, 최근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국제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무역수지마저 적자가 지속될 수 있어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다”가 아니라 “한국이 기축통화국에 편입된다”라고 말한 것을 볼 때, 전경련의 SDR 편입 관련 자료를 인용했다는 주장은 믿을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IMF의 SDR’이라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기축통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혼선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생각된다.

◇ '기축통화' 논란에 가려진 '국가부채' 논쟁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첫 TV 토론회가 ‘기축통화’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실상 더욱 중요했던 국가부채 논쟁은 묻히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이 후보에게 던진 질문의 핵심은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가능성이 아니라 국가부채의 적정 비율이었다. 안 후보는 21일 토론회에서 이 후보에게 "기축통화국의 평균 부채비율을 아느냐"고 질문했고, 이 후보는 "선진국이나 OECD 평균 부채비율은 110%가 넘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금 말씀하신 것은 기축통화국으로 국채 발행시 수요가 많지만, 한국같은 비기축통화국은 수요가 적어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낙관적으로 보면 우리도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재정문제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재정정책 방향을 두고 나타난 대선 후보간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대화다. 이 후보는 선진국 부채비율에 비해 한국 부채비율이 낮다며, 경제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확대재정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소상공인 지원을 약속하며 이 후보가 제시한 추경 규모(35조원)를 뛰어넘는 50조원의 추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반면 안 후보는 토론회에 나선 네 후보중 재정정책에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입장이다. 실제 안 후보는 지난달 선대위 회의에서 이·윤 두 후보에 대해 “오로지 국고에 있는 돈을 박박 긁어 쓰자는 생각밖에 없다”고 비판하며 연금개혁 등을 통해 국가부채 규모를 줄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경련 또한 “원화가 SDR에 편입되어도, 국가재정건전성 문제는 거시경제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편입되었다고 해서, 원화베이스 국채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기 때문”이라며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만, 국제 지급․결제 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 있으므로 경제 펀더멘털 유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국가부채의 적정 비율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국가부채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재정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재정건전성과 경기회복을 모두 고려한 적정선을 찾는 것은 핵심적인 과제다. 토론회에서의 실언이 초래한 논란이 정작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가려버려서는 안 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