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공매도 위반 사건 계기 투자자 불신 해소 차원

한국투자증권 / 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한국투자증권 제공

[뉴스로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공매도 제한 규정이 담긴 자본시장법 180조 1항을 위반해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고 27일 공시했다. 이번 과태료는 2018년 '무차입 공매도'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가 부과받은 75억480만원 이후 이후 가장 큰 규모며, 국내 증권사 중에서 최대 규모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 위반으로 조치를 받은 과태료는 12억원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증권을 소유하거나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매도하고, 결제일전까지 매도한 증권을 빌려 결제하는 방식(선 매도, 후 차입)이다. 반면 차입 공매도는 매도하고자 하는 증권을 먼저 차입한 뒤, 매도하는 방식(선 차입, 후 매도)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가진 결제불이행 위험을 방지할 수 있어 우리 증시에서는 차입 공매도만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자연합회가 금융감독원에 정보공개를 요구해 받은 공매도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2월부터 약 3년3개월 동안 900여개사 주식 약 1억4000만주를 공매도라고 표시하지 않고 매도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208조에는 증권의 매도를 위탁하는 투자자는 그 매도가 공매도인지를 투자중개업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공매도인데도 일반 매도로 거래한 규모는 삼성전자가 2552만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385만주), 미래에셋증권(298만주) 등이다.

이어  CLSA증권(6억원), 메리츠증권(1억9500만원), 신한금융투자(7200만원)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 금융위로부터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공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인 '업틱룰'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2002년부터 제재조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금융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조치 내용을 5년간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하지만 한투증권의 이번 공매도 위반과 제재 내용은 공시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증시에 투자자 불신이 만연하자 금융당국이 공매도 연계 불공정거래 기획조사 강화, 무차입 공매도 신속조사 등을 통해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중대 사건의 경우 엄정 구형을 통해 범죄수익과 은닉재산을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장기·대량 공매도 투자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공매도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관계기관 합동 불법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관계기관 합동 불법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28일 오전 산업은행에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을 확정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불법공매도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공매도 연계 불공정 거래 기획조사 강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신속 수사 ▲남부지검 합수단 중심 패스트트랙 통한 엄정한 수사·처벌 ▲거래소와 금감원의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조직 설치·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조사대상과 테마를 선정해 공매도와 연계한 불공정 거래시 즉시 기획조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한 중대사건의 경우 남부지검 합수단 중심 패스트트랙 절차를 통해 엄정히 구형하고, 범죄 수익과 은닉 재산을 박탈할 계획이다.

개인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의 보호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 사항으로 ▲장기·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대폭 확대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 확대 등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90일 이상 장기 대차하고 대량 공매도하는 투자자는 상세한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과 검찰, 거래소는 해당 정보를 활용해 향후 기획 조사들은 진행할 계획이다.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으로 과다한 종목은 요건을 신설하고, 공매도 금지일 5% 이상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적인 공매도를 하지 못하도록 기간을 연장한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추고,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한 경우 상환기간의 제약 없이 대차거래를 활용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공매도가 불법적 거래에 활용되고도 적발과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우려에 공감하고 이를 해소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대책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연계 시장교란 행위와 관련,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회의를 주재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불법공매도, 공매도를 활용한 불법행위 척결 없이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확보가 매우 요원하다"면서 "이번에야 말로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뽑는다는 각오로 관계기관이 긴밀히 연계하여 불법행위를 엄단하고 제도 개선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공매도 연계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한국거래소 통보사건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하여 과징금도 적극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악의적 불법공매도에 대해서는 최근 증권범죄합수단이 복원된 만큼,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 수사전환)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공매도와 연계된 시세조종, 내부자거래와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범죄"라고 입장을 같이 했다.

신 부장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을 적극 활용하여 적시에 수사절차로 전환하여 엄벌하고 범죄수익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공매도 과열종목·지수편입종목, 악재성 기업공시와 연계된 공매도 등 공매도 기획감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관계기관의 조사와 엄중처벌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과 함께 공매도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세부 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고, 오는 3분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개선, 4분기 개인공매도 담보비율 인하 등 법규 개정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그동안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유리하다는 비판도 컸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폭락장인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4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이 기간 제도 개선도 상당히 이뤄졌는데, 지난해 4월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를 위한 차입거래기록 의무 보관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기한을 90일로 연장했다.

지난 26일 발표된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이행계획에서도 공매도 담보비율 조정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확대 등의 대책이 담겼다. 정부는 올해 3분기안으로 이같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틀만에 종합대책을 위한 회의를 연 것이다.

 

뉴스로드 김선길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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