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뉴스로드] 현대자동차그룹 미국법인의 자회사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가 최근 미국에서 일으킨 신용 사고와 미성년자 고용 문제로 현대차와 기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국내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자체 지분이 전혀 없는 HCA를 자사의 해외법인 실적에 포함시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최근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에 대해 '신용 보고 실패'를 사유로 1920만 달러(약 24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CFPB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미국 신용 보고 회사에 부정확한 고객 신용 정보를 제공했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 사옥 전경. /연합뉴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 사옥 전경. /연합뉴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할부와 리스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CFPB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는 2016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미국 신용 보고 회사에 부정확한 고객 신용 정보를 제공했다. 이 기간 220만여 개 고객 계정에서 870만 회가 넘는 잘못된 정보 사례가 발견됐다.

CFPB는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의 신용 보고 실패가 고객의 신용 보고서를 훼손하고 신용 점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는 “신용 보고 문제를 철저하게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더욱이 지난 22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 자회사가 10대 미성년자 노동력의 불법 활용했다는 사안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부품 제조 자회사인 스마트의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로이터 통신은 과테말라 출신의 17세 이하의 이민자 3남매가 올해 초 학교에 가지 않고 앨라배마주 루번의 스마트 공장에서 불법으로 일했다고 보도했다.  

아이들 주소지인 앨라배마주 엔터프라이즈 지역 경찰은 스마트 공장의 노동법 위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관할 구역에서 45마일 떨어진 이 공장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어 주 법무장관실에 이번 사건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는 현대차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현대차의 앨라배마 제조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연방법과 앨라배마 주법은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스마트 공장처럼 금형 기계를 갖춘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보건 및 안전 규정 위반으로 미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으로부터 벌금 부과 등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적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은 현대차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소비자의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어떤 현대차 관련 회사에서도 불법적인 고용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지방법과 주법, 연방법의 준수를 요구하는 정책과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25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되자 직접 관련없는 현대캐피탈의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오해'가 일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의 지분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도 자사 해외법인 실적에 포함시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현대차그룹 내 각각의 계열사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 지분을 올해 3월 말 기준 59.86%를 가지고 있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의 지분은 현대자동차의 100% 자회사인 현대차 미국법인이 80%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현대차가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주식 80%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의 2대 주주(40.1%)인 기아가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실적이 현대차와 기아에 영향을 줄 뿐 현대캐피탈은 관련이 없다. 

금융권에선 현대캐피탈이 지분 관계가 없는 기업을 모기업의 손자회사란 이유로 해외실적에 포함시키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로 인해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실제보다 더 많은 규모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해외사업 부문에서 9월 말 기준 1조5000억원 영업이익(세전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세전이익)인 8500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이 해외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이 발표한 내용을 뜯어보면 전체 해외사업 실적 상당수가 해외법인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가 견인했다는게 핵심이다.

현대캐피탈은 HCA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8720억원 영업이익(세전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25% 이상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간 자산도 26% 이상 증가했고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우량 고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뉴스로드 김선길 기자 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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