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재판에서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 대한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이나 존경심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안 전 지사 사건 제5회 공판기일에는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캠프 청년팀에서 일했던 성모 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왔다. 성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안 전 지사 경선캠프에서 팀장으로 활동했던 김 씨의 동료 중 한 명으로,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평소 김 씨와 ‘오누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던 성 씨는 “김 씨가 평소에 (안 전 지사를 가리켜) ‘하늘’이란 말을 썼다. 그때는 절대 권력을 뜻한 건 아니었고 자기가 기댈 수 있는, 그래서 어려움,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의미였다”고 증언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 측은 지난해 12월 중순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된 후 김 씨가 성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씨는 “잔바람이 나를 찌르지만 큰 하늘이 나를 지탱해주니까 그거 믿고 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성 씨는 김 씨가 스위스에서 돌아온 9월 중순에는 “내 사장(안 전 지사)은 내가 지킨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도 전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바라봤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성 씨는 “그렇다기보다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이나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관용차에서 추행이 있었다는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김 씨는 성 씨에게 “그냥 또 다 시러짐요(싫어져요). 또 괜찮고”라고 보냈기도 했다. 성 씨는 이에 답장을 하지 않은 이유를 “당시 김 씨가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된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주변에서 호소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다소 힘들어했다. 늦은 밤이어서 읽고 답하지 않았는지, 다음날 보고 그냥 넘어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 씨는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해서 김 씨가 사용한 단어들을 알고 있는 편인데 인터뷰에서 사용한 단어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김 씨가 평소에 ‘수행비서란 모두가 노라고 해도 피고인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수행비서는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는 사명감을 갖던 친구였다. 인터뷰를 직접 보고는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3월 5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네 의견을 달지 말라, 날 비추는 거울이다' 이렇게 말했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신문에 앞서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 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 검찰 측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해 중요한 증언은 비공개 됐는데 피고인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애초 피해자는 재판을 전부 방청하려 했는데 지난번 장시간에 걸친 피해자 증인신문 이후 자책감과 불안감 등으로 불면증을 겪으며 입원치료 중"이라며 "주변의 평가 등을 묻는 방식으로 사실이 왜곡된 채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소송지휘권을 엄중히 행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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