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1851∼1895)로 추정되는 새 초상화가 공개됐다.

14일 서울 종로구 다보성갤러리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광복 72주년 특별전에서 평상복 차림의 '전(傳) 명성황후 초상' 한 점을 공개했다. 초상화는 세로 66.5㎝, 가로 48.5㎝ 크기로, 족자 뒷면에는 '부인초상'(婦人肖像)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명성황후 추정 초상화 외에 윤봉길 의사 이준 열사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와 대한제국 초창기에 활동한 인물 15인의 유물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전(傳) 명성황후 초상’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명성황후 사진 및 초상화는 추정만 됐을 뿐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다. 고종과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다수 초상화와 사진을 남겼지만 명성황후는 공개적으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사후 120년이 지난 지금도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70년대 이전까지 명성황후 사진으로 인정된 것은 1910년 이승만이 쓴 ‘독립정신’ 책 속의 사진이다. 이후 1975년 프랑스에서 새 사진이 발견됐다. ‘La Coree’에 실린 명성황후 사진이었다. 학계 원로학자들이 이 사진이 진본임을 인정하면서 국정교과서에 실렸다. 하지만 1990년 들어와 해당 사진 속 주인공이 궁녀라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교과서에서 삭제됐다. 불확실한 인물을 명성황후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우세한데다 사진 속 복장이 왕비의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된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초상화 역시 왕비 복장이 아닌 평상복이라는 점에서 명성황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출처 역시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다보성갤러리 측은 “운현궁에서 나온 것으로 여러 사람을 거쳐 돌아왔다”며 명성황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다보성갤러리측은 특히 ▲족자 뒷면의 부인이란 글자 위에 ‘閔氏(민씨)’로 추정되는 글씨가 지워진 점 ▲평상복 차림이지만 모란문, 부평초 꼴의 무늬가 평민 계층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점 ▲고급 가죽신인 점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정신에 실린 사진과 용모가 닮았다는 점 ▲명성황후 살해범으로 알려진 미우라 고로의 작품과 한 세트로 전해지는 점 등을 들어 명성황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그러나 명성황후일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초상화의 얼굴 모양이 한국 여성이 아닌 일본 여성과 흡사한데다 옷차림 등 왕비로 보기에는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다. 의친왕의 자손도 다보성갤러리측이 공개한 초상화를 보고 “족자 등으로 판단할 때 명성황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오늘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다보성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