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헌동 "이제는 ‘국토 균형개발’… 골드타운·골드시티가 해답”

- “서울만의 해법으론 부족하다… 지방·수도권 함께 가야” - “다음 대통령,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골드정책 추진하길” - “농촌 고령자에게도 ‘정주 보상’ 필요… 삶 자체에 대한 존중”

2025-05-30     김의철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재임 시절 ‘서울의 집값 안정’을 위해 12가지 혁신적인 정책을 실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은 바 있다.

김헌동 전 사장은 스스로를 '시민운동가'로 규정한다. 그가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20여년 근무한 경험과 20년 이상의 시민운동을 통해 주장해왔던 부동산 정책들을 지난 3년 동안 SH공사에서 실천하며 입증했다. 

김 전 사장은 “이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도권과 지방을 아우르는 국토 균형발전의 틀 속에서 주거정책이 새롭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다음 달 초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스로드>와 만나 ‘골드빌리지·골드타운·골드시티’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토균형개발 구상을 밝혔다...<<편집자 주>>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 [사진=뉴스로드]

▲“서울만의 해법으론 한계… 집값 문제는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의 결과”

김 전 사장은 서두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정책 접근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지방소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이미 과밀화의 끝에 와 있다. 집값 상승은 단순한 공급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인구 집중, 지역 낙후, 산업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서울 집값만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해 주거정책의 지평을 전국 단위로 넓히고, 고령층과 농촌 지역을 포괄하는 ‘전국 정주 복지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빌리지·골드타운·골드시티’로 연결되는 3단계 균형개발 전략”

김 전 사장이 제시한 ‘골드 프로젝트’는 △주거 △복지 △산업기반을 통합한 3단계 균형개발 모델이다.

골드빌리지는 낙후된 농촌 지역에 고령층 맞춤형 복지주거를 공급. 장기적으로 의료, 돌봄, 생활 인프라를 통합해 고령자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구상이다. 

김 전 사장은 "과거의 새마을 운동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은퇴 세대와 지방 거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뉴 타운(새마을)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방안들은 마련해뒀고, 세부 실행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골드타운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중소도시의 정주 거점.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이 함께 살아가는 다세대 혼합형 커뮤니티를 구현하는 정책이다. 

그는 "2기 신도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3기 신도시는 언제 입주할 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4기 신도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공급만 늘리는 정책은 자칫 부동산 시장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질 좋은 주택을 정직한 가격에 공급하고, 특히 3기 신도시를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을 도입해 국민들의 소득 수준에서 부담을 덜어주고, 장수명 주택을 도입해 환경까지 고려하는 주택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가지는 골드시티다. 그는 "골드시티는 지방 광역 거점에 조성되는 자족형 도시. 교육, 산업, 의료 인프라가 결합되어 서울 기능 일부를 분산하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보완하는 국토균형발전 정책"이라며 “이것은 단순히 집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국토 재편, 인구 분산, 산업 재구조화, 세대 간 공존 전략이 총체적으로 녹아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은 골드 프로젝트의 초기 실행 사례로 ‘삼척 동해안 월드시티 협약’을 들었다. 이는 폐광 지역을 재생시켜 스마트 자족도시로 바꾸는 시도로, 지방소멸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후속 프로젝트인 ‘월드타운’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그는 “서울의 정책 노하우를 지방에 이식하려 했지만, 제도적 장벽과 행정·정치 협력 부족이 걸림돌이었다. 지방정부 간 이견, 권한 제한,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실현이 중단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농촌 고령자에게도 ‘정주 보상’ 필요… 삶 자체에 대한 존중”

특히 김 전 사장이 강조한 것은 ‘골드빌리지’에 담긴 철학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청년 주거 문제에만 집중하고, 고령층 주거복지를 방치해왔음을 지적했다.

그는 “지방의 70~80대 어르신들이 낡은 집에서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분들은 평생을 농사짓고, 마을을 지키며 살아오신 분들인데, 도시로 떠난 자녀 세대만 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건 불공정하다”고 짚었다. 

김 전 사장은 이를 ‘정주 보상’이라 정의했다.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의료·복지·이동 지원이 통합된 생활 기반을 갖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향을 지키고 살아온 삶 자체에 대해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에 대한 예의고, 정책의 정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민생 외면… 차기 대통령, ‘골드 정책’으로 국가 비전 제시해주길”

김 전 사장은 늘 그렇듯이 현 정치권에 대해 강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정당은 주거정책보다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다. 이제는 단순 공급 논리에서 벗어나 ‘국토균형개발’이라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 대한 바람으로 ‘골드 정책의 국가화’를 강조했다. "국가가 나서 지방균형 개발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국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지속 가능성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이 SH공사에서 ‘서울 집값 잡기에 집중했다"면서 "앞으로는 대한민국 전체를 무대로 공정한 공동체 모델을 설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도 서울에 반값아파트 가능하다… 정치권 결단과 의지가 아쉬워”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주택은 김 전 사장이 SH공사를 통해 추진한 대표적인 숙원사업이다. 

김 전 사장은 “서울에 반값아파트를 공급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단언했다. 토지를 공공이 보유한 채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은 그가 SH공사 재직 시절 이미 1700세대를 사전예약했고, 시공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분양가가 9억원 하는 아파트, 그 중 절반은 땅값이다. 그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임대하면, 분양가는 3억원대까지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H공사는 강동구 고덕강일 지구와 강서구 마곡지구 등에서 국민평형인 전용 25평형을 3억원대로 공급한 바 있다. 

게다가 이들 주택은 수명이 100년 짜리인 고품질 주택이다. 그리고 사전예약 경쟁률이 평균 40대1에 달할 만큼 인기도 높았다. 

그는 “지금도 서울에서만 연 1만~2만 가구 공급은 가능하다”며 "택지 확보와 제도적 설계는 이미 준비된 만큼 정치적 결단과 실행 의지가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사장이 반값아파트 정책을 주장하는 근본 배경에는, 주택을 ‘자산’이 아닌 ‘생활의 권리’로 보는 철학이 있다.

“지금의 분양제도는 땅을 개인에게 팔아넘기고, 집값을 자산으로 만들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구조다. 그 틀을 깨야 주택정책이 사람 중심이 될 수 있다"면서 “토지 소유권을 공공이 갖고 있으면, 투기세력은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김 전 사장은 이를 일축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시장이 투기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값아파트는 시장을 망치는 게 아니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매 제한, 환매 조건, 실거주 의무 등 제도적 장치를 철저히 설계하면 투기적 접근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특히 토지임대부 방식이 젊은 세대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집을 사서 자산을 불렸지만, 다음 세대는 그 구조를 반복하기 어려운 시대"라면서 "공공이 땅을 갖고, 젊은 세대가 합리적인 가격에 주거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세대 간 공정이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토지임대부 분양이 단지 현재의 주거안정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반값아파트 정책이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기득권 저항과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이라면서 “기존 시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회피한다. 하지만 주거권은 기본권이다. 시장이 조금 불편해도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선분양은 구조적 문제… 공공부터 후분양 전환해야”

김 전 사장은 이어 “한국은 아직도 선분양 방식이 당연시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돈부터 걷는 구조다. 문제는 이게 품질 저하로 직결된다는 점"이라고 일갈했다. 

김 전 사장은 선분양제가 부실시공과 ‘눈속임 마케팅’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후분양제는 실제 건설이 대부분 완료된 이후 분양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집의 품질과 위치, 주변 여건 등을 직접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권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그는 “후분양은 건설사에게도 압박이 된다. 책임지고 제대로 지어야 팔 수 있다. 공공이 선도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시장 전체가 바뀔 수 있다”면서 건설회사들이 정치권과 관료들과의 결탁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건축기술로 돈을 벌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공이 지은 집, 원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그는 20년 이상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해 왔다. “공공분양주택은 국민 세금으로 짓는다. 원가를 숨기면 안 된다. 원가 항목별 공개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의 핵심은 ‘투명성’이라고 말한다. 땅값, 건축비, 간접비, 설계·감리비, 이윤 등 항목별로 원가를 명시해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SH공사 사장 시절, 지난 20년 동안 SH공사가 건설한 모든 공공주택의 원가 항목을 투명하고 자세히 공개하며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 일부 공공기관이나 개발공기업이 하듯이 분양가를 뭉뚱그려 발표하면, 시장에서는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분양원가 공개는 공공의 신뢰 회복 첫걸음”이라고 꼬집었다.

“직접시공제 도입, 공공이 품질까지 책임져야”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개발공기업들은 시행만 하고 시공은 대형 건설사에 넘긴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 건설사는 또 하청에 재하청을 준다. 결국 품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사장은 공공이 주택을 지으면서 직접 시공 또는 책임 시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하청 구조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사 품질을 공공이 끝까지 책임지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이 건설사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시공까지 주도해야 한다. 처음에는 비용이나 인력이 부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관리 비용이 줄고 하자 문제도 해결된다"

▲“건설노동자가 존중받아야 집도 제대로...적정임금제 해야”

그는 또한 “싸게만 짓는다고 공공주택이 아니다.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아야 집이 튼튼하게 지어진다"면서 SH공사가 하고 있는 적정임금제도 모든 개발 공기업, 더 나아가 하도급 순위가 높은 건설 회사들에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공공 건설 현장에서 저임금 구조가 고착되면 숙련공 이탈, 부실 시공, 산업 전반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하청업체는 낙찰 받으려고 덤핑을 한다. 그러면 현장에서는 싼 인건비로 인부를 써야 한다. 이는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공공에서부터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주택 품질도, 노동 환경도 같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 신뢰가 바탕 돼야”

김 전 사장은 인터뷰 말미, 공공주택을 싸게만 짓는 '양적 공급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은 국민의 신뢰와 존엄을 담는 공간이다. 싸게만 짓는 집이 아니라, 편안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분양, 원가 공개, 직접시공, 적정임금제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되찾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이 변하면 시장도 변한다. 주거는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기본이다. 이제는 신뢰받는 공공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