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 논란 격화, LH vs 경실련 정면 충돌…정책 재검토 요구 확산
- LH, “실제 매입가격 과장…20년 전 분양가와 단순 비교 불합리”
정부의 9.7 대책에 포함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세금을 낭비하고 서민 주거 불안을 키우는 대표적 실패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비교 방식이 왜곡됐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경실련은 즉각 “LH가 설립 목적을 망각하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재반박 성명을 발표하며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LH, “실제 매입가격 과장…20년 전 분양가와 단순 비교 불합리”
LH는 17일 배포한 보도 해명자료에서 경실련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경실련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서울 25평형 신축 다세대주택 7억8천만원’ 수치는 실제 매입가격과 다르며, LH의 실제 매입가는 호당 3.1억~3.5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주택은 전체 매입 물량(81,135호) 중 35호에 불과해 0.04%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이를 일반화해 정책 전반을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경실련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송파 위례포레샤인 아파트는 2006년 그린벨트 해제지구에 건설된 공공주택으로, 당시 저렴하게 매입한 토지비가 반영된 만큼 현재 신축 다세대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LH는 “도심 내 양질의 신축주택을 무주택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기 위해 매입임대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며 정책 지속 의지를 강조했다.
▲경실련, “공공택지 팔아먹고 혈세로 비싸게 매입…LH, 본분 망각” 재반박
경실련은 이에 대해 18일 재반박문을 내고 LH의 설명을 ‘억지 논리’라고 일축했다.
경실련은 “LH 다세대 주택의 평당 3,122만원은 LH가 공개한 제곱미터당 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환산한 수치”라며 “임의로 조작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위례포레샤인의 분양원가 역시 마찬가지로 SH공사가 공개한 공식 자료이며, 공공아파트 분양원가와 신축매입임대 가격을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위례 아파트는 분양원가 4억7천만원으로 공급됐지만, 현재 거래가는 13억~14억원 수준에 달한다”며 “만약 공공이 직접 보유했다면 국민 자산 가치가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LH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손실을 자초하고, 다시 비싼 가격에 주택을 사들이는 모순된 행태를 반복한다”며 “이는 LH의 설립 목적, 즉 공공택지에 공공주택을 직접 지어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복되는 고가 매입 논란, “내 돈이면 샀겠나?”
고가 매입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해 서울 화곡동에서 LH가 방 3개·화장실 1개 구조의 빌라를 7억원에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근 다세대 시세는 3억~4억원 수준에 불과했다(MBC, 2024.5.22 보도).
비슷한 사례는 송파구와 강동구에서도 나타났다.
송파 ‘르피에드 문정’ 아파트의 경우 SH공사가 전용 46㎡ 주택을 약 7억원에 매입했는데, 인근 오피스텔은 비슷한 규모가 2억7천만원 수준이었다.
강동구 ‘강동리버스시티’ 역시 인근 시세보다 채당 6천만원 가량 비싸게 매입됐다.
이 같은 사례는 매입임대 과정에서 “불법 알선이나 매입 대가 수수 같은 부패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실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실련은 “결국 건설업자 배만 불리고, 세입자와 서민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장관 교체 따라 달라진 매입 규모와 가격...‘직접 건설 vs 신축 매입’
경실련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매입 규모와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무제한 매입'을 추진했던 윤석열 정부 시절 박상우 전 장관은 임기 1년 반 동안 약 10조원을 투입해 주택을 대규모로 매입했다. 문재인 정부의 변창흠 전 장관은 매입 물량은 적었지만 호당 평균 2.8억원으로 가장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
이는 매입임대 정책이 체계적인 기준 없이 장관 개인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정책 일관성과 재정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가격 논쟁을 넘어, 공공주택 공급 방식의 근본적인 방향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LH는 매입임대를 통해 “빠른 시일 내 도심에 양질의 신축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경실련은 “공공택지를 팔아치우고 민간이 지은 집을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은 공공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공공이 직접 공공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맞선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신축 매입임대 14만호 공급 계획’이 본격 추진될 경우, 이번 논쟁은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제한 매입'을 내세웠던 윤석열정부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한 시민단체와 LH의 대립을 넘어, 한국의 공공주택 정책 전반을 재정비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공공택지 활용, 세금 효율성, 시장 가격 왜곡 방지, 세입자 보호 등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는 만큼 단기적 대책보다는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내 돈이면 이런 가격에 집을 샀겠냐는 의문이 드는 게 현실”이라며 “세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직접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LH는 “신축 매입은 불가피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매입임대주택 정책을 둘러싼 공방은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