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경고 “금리 '흔들', 수도권 집값 들썩…돈줄 늦추면 부동산에 불붙는다"
- 6·27·9·7 대출 규제에도 수도권 과열 조짐, 연말 금리·대출 흐름이 분수령 - 채권금리 방향 불확실 속 자금이 집값으로 이동… 수도권은 들썩, 비수도권은 약세 고착
한국은행이 25일 금융안정회의에서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 기대와 정책 완화가 수도권 주택시장을 다시 달아오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27 대책 이후 숨 고르던 서울 집값은 이달 들어 일부 지역에서 상승폭이 커지는 조짐을 보였고, 매수 심리도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상반기 국고채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겹치며 4월 말까지 크게 하락했다. 다만 5월부터는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되돌림이 나왔고, 7월 이후에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과 해외 금리 흐름에 연동돼 좁은 박스권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장기물 기준으로 6월 말 10년물 2.81%, 30년물 2.75%로 3월 말(2.77%, 2.57%)보다 다소 올랐다. 회사채(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 차는 우량채는 축소, 비우량채는 평균 수준에서 등락했다. 시장 기능은 정상적이지만, 금리의 ‘큰 방향’에 대한 확신은 약한 상태다.
가격과 거래에서 양극화가 뚜렷하다. 8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수도권 +1.8%, 서울 +4.8%로 올랐지만 비수도권 –1.1%로 내렸다. 3~6월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가 빠르게 늘어 6월 7.4만호로 장기평균(7.3만 호)을 넘어섰다가, 7월 6.4만호로 다시 줄었다.
재고 지표도 엇갈린다. 미분양 6.2만호, 준공 후 미분양 2.7만호로 수도권은 줄어드는 흐름이지만, 전체로 보면 장기평균을 여전히 웃돈다. 전월세 시장은 매매 대신 임차로 옮기는 수요가 늘며 월세가 오르고, 수도권 전세도 상승폭이 확대됐다.
2분기 가계빚은 1.3% 증가했다. 서울 일부 지역의 급등과 스트레스 DSR(7월 1일 시행) 앞둔 선수요가 겹치며 주택담보대출이 중심이었다. 가계 연체율은 전 금융권 평균 1.03%로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상환 능력이 약한 차주의 비중은 조금씩 늘고 있다. 금리가 다시 오르거나 경기가 둔화될 경우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6월 27일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담대 최대 6억 원 한도를 새로 만들고, 생애최초 주택 LTV 80%→70%로 낮췄다.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붙였다. 유주택자의 추가 주택 매입 목적 주담대는 금지했고, 신용대출은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주담대 만기 30년 이내, 소유권 이전 전 전세대출 금지로 갭투자 우회로도 차단했다.
그럼에도 8월 들어 수도권 가격과 대출이 다시 꿈틀대자, 9월 7일엔 규제지역 LTV 50%→40%로 더 조였다.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도 제한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은행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 15%→20% 상향안을 내놨다. 은행 입장에서 주담대를 과도하게 늘릴 유인이 줄어드는 조치다.
금리가 낮아질 거란 기대가 커질수록, 공급이 부족한 서울 핵심지부터 가격 기대가 살아난다. 대출 규제가 강화돼도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가 움직이면 가격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반면 비수도권은 지역 경기 둔화와 준공 후 미분양 누적 탓에 약세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은행의 자본·유동성은 규제 기준을 넉넉히 상회해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다만 상호금융·카드사·증권사 등 비은행권은 업권별로 온도 차가 있어 연말 유동성 관리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완화된 돈줄의 신호가 수도권 주택시장에만 크게 증폭되는 전형적 초입 국면이다. 가격 기대가 다시 굳기 전에 대출·세제·공급의 정합성을 유지하고, 취약 차주 보호와 비수도권 하방 리스크 관리에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