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코스피, AI 거품론 재점화·외인 폭풍 매도에 추락…3850선 붕괴

AI 거품론 재부상·환율 급등 겹치며 외국인 대거 이탈…반도체주 중심으로 증시 급락 엔비디아발 기술주 충격에 코스피 3,800대 추락…외국인 2.8조 매도

2025-11-21     강동준 기자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21일 국내증시가 간밤 미국발 기술주 급락 여파와 인공지능(AI) 거품론 재부상,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단숨에 3,850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3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3,900선이 붕괴됐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2% 넘게 밀리며 3,908.70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계속 키웠고, 장중 한때 3,838선까지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8000억 원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약 2.2조원)과 기관(약 5000억원)이 순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을 기록하며 7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은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되레 3% 넘게 하락했다. 매출채권 급증이 닷컴버블 당시 패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미 연준 리사 쿡 이사가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면서 AI 버블 우려가 재점화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종이 흔들리자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주 중심으로 대형주들의 낙폭이 컸다. SK하이닉스 (–8.76%), 삼성전자 (–5.77%)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3.51%), HD현대중공업 (–4.80%), 두산에너빌리티 (–5.92%), 한화에어로스페이스(–5.13%)가 큰 폭 하락했으며, 기아(0.53%), NAVER(2.14%) 등 일부 종목만 제한적 반등에 성공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11.73%), 전기전자(–6.43%) 등이 크게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로 마감했다. 외국인(–1,270억원)과 기관(–790억원)이 동반 매도하고 개인만 2,199억원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였다. 에코프로 (–5.17%), 에코프로비엠 (–4.82%), 레인보우로보틱스(–6.52%) 등이 하락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일부 종목은 반등했다. 코오롱티슈진 +11.49%, 케어젠 +14.66%, 에이비엘바이오 +0.85% 상승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호조에도 투자자들은 매출채권 급증에 주목하며 수익성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기술주 급락과 환율 상승이 맞물리며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AI 버블 논란과 연준의 긴축 기조가 유지되는 한 당분간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