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만드는 힘, 기본기와 디테일” 무림과 함께한 팀 화이트 29기 브랜드아카데미 강연

-전재호 대표, ‘세상을 바꾸는 오리지널스가 되는 법’ 강연 -“기본기 원리 파악하며 나만의 스타일 구축” 강조 -무림, 조림·펄프생산·제지 아우르며 친환경 기술로 차별화

2025-11-25     권원배
김노영 무림 커뮤니케이션팀장(앞줄 가운데)이 브랜드아카데미 강연 후 팀 화이트 29기와 자리를 함께했다

[뉴스로드] “중요한 순간,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그러려면 ‘오리지널스(Originals)’가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전재호 한국소비자포럼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화이트홀 홍대에서 열린 팀 화이트 브랜드아카데미에서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려면 ‘오리지널스’가 돼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오리지널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조직심리학)가 정의한 핵심 인재로,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다. 팀 화이트는 한국소비자포럼이 운영하는 브랜드리더 네트워크다. 이번 29기에는 130여 명의 대학생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원리를 배우고 있다. 

전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든 우선 기본기를 철저히 배우고 그 안에서 나만의 필살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가 저서 <일류의 조건>에서 제시한 ‘숙달의 보편적 원리’를 소개했다. 저자는 기본기를 다지는 세 가지 힘으로 ①훔치는 힘(모방) ②요약하는 힘(요약·질문력) ③추진하는 힘(실행력·추진력·기획력)을 들었다.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사람이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 원리 파악이다. 그래야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고, 자기 경험과 특기를 적절히 조합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지금은 높이뛰기 종목에서 세계적인 표준이 된 ‘배면뛰기’ 기술을 창시한 딕 포스베리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높이뛰기 선수로서 포스베리의 재능은 평범한 편이었다. 그에게는 당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가위뛰기’나 ‘배면가위’ 기술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포스베리는 바를 정면으로 넘어야 한다는 기존 관습에 의문을 던졌다. 하체가 강한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면밀히 파악한 그는 기계체조와 다이빙에서 영감을 얻어 등을 뒤로 젖혀 넘어가는 새로운 기술을 고안했다. 코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방식’이라며 조롱했지만 그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이 기술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높이뛰기 역사를 완전히 바꿨다. 

이후 이 기술은 그의 이름을 따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으로 불리면서 오늘날 모든 엘리트 선수들이 사용하는 기본 기술이 됐다. 포스베리가 처음부터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기본기를 철저히 연구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강점과 약점을 바탕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차별화를 위한 또 다른 요소는 디테일이다. 전 대표는 “숙달의 끝은 디테일”이라며 기본기와 원리를 익히는 과정에서 남들이 지나치는 작은 차이를 집요하게 보는 능력이 남다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사랑의 어원은 사량(思量)이다. ‘생각하여 헤아린다’는 뜻이다. 상대방이나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상대방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게 고민하고 헤아리게 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는 외교 만찬을 앞두고 늘 국수를 한 그릇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만찬에서 자신의 식욕을 채우는 데 집중하면 상대의 손짓이나 표정, 대화의 흐름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외교 만찬은 상대와 즐기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국을 가장 편안하게,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만찬 전 국수 한 그릇은 이런 깊은 생각에서 나온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그만의 외교술이었던 셈이다.

전 대표는 이어 “무언가에 숙달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동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단하고 평가가 앞서면 배울 점을 발견하지 못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보다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서도 경이를 느끼고 배울 점을 찾는 사람은 무엇이든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무언가에 능숙해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경험한다. 결국 차별화는 작은 것이라도 특정 무언가에 감동을 느껴 훔치고 추진하는 힘에서 시작된다.

김노영 무림 커뮤니케이션팀장이 팀 화이트 29기 브랜드아카데미에서 무림의 브랜드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제지·펄프 회사 무림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로 제지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림은 국내 제지업계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림부터 펄프, 종이까지 단계별로 품질을 통제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70여 년간 오직 제지 연구·개발·생산에 주력해 온 덕분이다. 무림은 이를 바탕으로 ‘2025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제지 부문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무림은 제조회사의 B2B 포지션에서 나아가 소비자 신뢰형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해’를 출시했다. ‘무해’는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무림이 찾은 해답’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는 브랜드보다는 소재나 부품 그 자체로 존재한다. 하지만 제품을 살 때 반도체 프로세서 인텔, 광학 렌즈 자이스, 방수·투습 기능성 소재 고어텍스, 음향·영상 기술 돌비 등 소비자들이 제조사의 기술력 자체를 신뢰하는 브랜드도 많다. 이들처럼 무림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이다.

종이 원단으로 제작한 물티슈가 대표적이다. 무림은 자연 그대로 섬유질이 살아있는 천연펄프를 사용해 생분해 및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원단으로 물티슈를 제작했다. 무림은 이 원단의 내구성과 사용감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최적의 배합을 찾아내 독자적인 기술로 특허까지 확보했다. 물티슈의 포장재도 친환경 수성 코팅 기술을 적용해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물티슈는 스타벅스·애슐리·아웃백·투썸플레이스·본죽·롯데시네마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채택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무림은 친환경 종이 및 펄프 기반의 패키징 및 완충재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교촌치킨의 포장재, 신세계의 와인앤모어 와인 포장재, CJ대한통운의 종이 완충재 공급 등을 맡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선 종이 기반 팝업 체험을 제공했고, 2022년부터 ‘페이퍼어드벤처’ 행사, 2017년부터 ‘무림페이어 종이비행기대회’를 개최하면서 신뢰를 구축해 왔다.

팀 화이트 29기 이선우 씨(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는 “무림은 1956년 설립 이래 조림부터 펄프 및 종이 제조까지 직접 하면서 70년간 쌓아온 탄탄한 기본기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섬세한 차별화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다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속성을 충실히 따르면서 고객의 관점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포럼은 2011년부터 15년째 팀 화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캠페인 전문 미디어 '캠페인 인사이트'를 창간해 기업과 정부, 기관·단체 등의 각종 캠페인을 기록하고 분석해 다양한 통찰과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