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①] 수출 역대급인데… 환율 1470원 뚫린 이유, ‘원화 구조’가 문제

-국제기구 “韓 환율, 무역 아닌 자본 흐름이 결정” ...돈의 흐름을 읽어야 -Fed·IMF·BIS 모델 대입하면 1Y 원화 약세는 ‘정상값’에 가까워 -CDS·정치 변수는 환율 설명력이 없다… 원화는 체질 바뀌었다

2025-11-25     최지훈 기자
[사진=인베스팅닷컴 2148 KST 기준]

한국 경제는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년 동안 상반된 두 신호를 동시에 드러냈다.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은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였고, 무역수지 역시 안정적인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통상 “수출이 증가하면 원화는 강세가 된다”는 공식이 있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환율 결정 모델(FEER·BEER·REER/UIP–RIP·Capital Flow Driven FX Model·SRIR·Dollar Smile Model)을 대입하면, 한국 원화가 더 이상 무역 기반(FEER)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IMF ESR는 한국의 환율 구조에 대해 “한국 원화는 경상수지보다 자본계정 변동에 훨씬 크게 반응하는 통화”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는 드물게 무역보다 자본 유출입(capital flows)이 환율을 결정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무역흑자가 늘었는데 왜 원화가 약세?'라는 질문 자체가 IMF 관점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의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가 이미 ‘무역결정형(FEER)’에서 ‘자본결정형(BEER·Flow Model)’으로 구조가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분기보고서도 같은 분석을 제시한다. BIS는 동아시아 통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미국 실질금리 차이 △글로벌 달러 유동성 흐름 △신흥국 자본시장 이탈 △동아시아 통화 블록 약세 전이를 꼽는다. 여기에는 상품수지·무역흑자와 함께 CDS(신용부도스왑)를 변수로 보지 않는다. CDS는 국가 신용위험 프리미엄일 뿐 환율의 구조적 방향을 설명하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본 이동 구조는 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한국은행이 공개하는 국제수지, 국제투자대조표(IIP), 지급수단별 외화예금, 국내 기관투자가 해외증권투자 통계, 외환건전성 지표(FX Soundness Indicators)를 종합하면, 2023년부터 금년까지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해외직접투자(FDI) 역시 장기간 높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의 해외 자산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해 절반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기업 외화예금 잔액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즉, 한국이 벌어들인 달러가 과거처럼 국내 외환시장으로 환류하지 않고, 해외투자·해외예치 형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 내 달러 공급을 줄이며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미 연준과 한국은행 간 금리차 확대가 결합되면서 환헤지 비용이 크게 상승했고,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달러 자산 형태로 보유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한국의 내부 달러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원화 약세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구조 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국내 모(某)대기업 기획실 관계자는 “지금 국내에서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얘기는 사실상 사라진 지 오래다. 주요 계열사 실적 관련 위클리 리뷰만 봐도 R&D 확대는커녕 기본적인 리스크 충당금 확보도 쉽지 않다"며 "주단위 임원회의를 열어도 결론은 같다. ‘국내에서 확장 전략을 검토할 여력은 없다, 당분간 버티는 게 전부다’는 분위기가 조직 전체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4~2025년 환율이 상승하는 동안, 한국 CDS는 20~30bp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국가 부도 위험 증가 없음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대 없음 △CDS–환율 간 인과관계 부재를 모두 의미한다. 국제기구 모델(FEER·BEER·SRIR·Capital Flow Model)은 어느 것도 CDS를 환율결정 변수로 사용하지 않는다. CDS를 근거로 환율을 설명하는 것은 국제금융에서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 논리다.

결국 2024~2025년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자본 흐름 체질’이 완전히 변화한 결과다. △미국 실질금리(SRIR) 상승 △해외투자·해외예치 확대 △기업의 달러 보유 증가 △동아시아 통화 블록 약세 전이 △글로벌 달러 유동성(달러 MMF) 확대 등 국제금융 변수들이 결합하면서 원화는 무역흑자와 무관하게 약세 압력을 받았다. 이는 한국 경제가 무역에서 자본 중심 구조로 이동한 시대적 변화이자, 환율을 정치나 CDS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는 미 연준의 ‘하이어 포 롱어(higher for longer)’ 기조가 명목금리 → 실질금리(SRIR)로 어떻게 전이되며, 이 실질금리 격차가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구조와 결합해 원화를 포함한 비(非)달러 통화를 구조적으로 압도하는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단순히 “금리가 높아 달러가 강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Fed가 사용하는 그림자 실질금리(SRIR) 경로를 환율 탄력성 식에 직접 대입해볼 때, 2024~2025년 한국 원·달러 환율이 왜 1450~1500원 구간에서 ‘균형값’에 수렴했는지를 IMF·Fed 모형에 맞춰 역산한다.

동시에 미국 MMF에 집결한 6조 달러 규모 초과유동성이 '달러 초과수요 구조'를 어떻게 고착시키고,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이 통화·재정·외환대책을 동원해도 실질금리·달러 스마일이 지배하는 환율 함수 자체를 바꾸지 못했다는 점을 해부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