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엔비디아·구글 AI 칩 패권 경쟁 본격화… 제미나이3가 흔든 글로벌 공급망

- 엔비디아 “업계 대비 한 세대 앞서 있어”… TPU 부상에 즉각 방어 - 엔비디아 하루 새 시총 1500억 달러 증발… “딥시크 충격 재연” 평가까지 - 젠슨 황 “제미나이도 엔비디아에서 실행 가능”… 경쟁 속 공조 구도도 부각 - 제미나이3, 에이전틱 AI 전환 가속… 개발·디자인 생산성 크게 상승

2025-11-26     홍성호 기자
구글 제미나이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와 구글이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구글이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를 자체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 기반으로 학습했다고 공개한 이후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장기 독점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자사 기술력은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경쟁 심화 우려를 일축했다.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망이 GPU 중심 구조에서 ASIC과 자체 칩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관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구글의 AI 혁신을 환영하며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범용 플랫폼은 엔비디아”라고 강조했다. GPU의 범용성과 교환 가능성을 앞세워 TPU 등 ASIC 기반 칩과의 차별성을 부각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연합뉴스

엔비디아는 현재 GPU 기반 AI 칩 시장 점유율이 90%를 웃도는 독보적 사업자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TPU를 전면에 내세우고, 메타 등 대형 고객사가 TPU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3 공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7% 넘게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15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반면 알파벳은 장중 3% 이상 상승하며 시총 4조 달러 돌파에 근접했다. 경쟁사 AMD 역시 4%대 하락하며 휘청거렸다.

월가에서는 이번 충격이 올해 1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오픈AI 수준의 공개형 모델을 내놓았을 당시의 ‘딥시크 쇼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수석 애널은 “제미나이 3는 딥시크보다 더 큰 시장 충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고, 노무라증권의 찰리 맥엘리가트 전략담당도 “AI 계급도가 재편되고 있으며, 시장은 새로운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구글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며 제미나이 역시 엔비디아 플랫폼에서 구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의 논의 내용을 공개하며 “AI 발전의 핵심은 더 많은 칩과 데이터라는 스케일링 법칙이며 이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구글 역시 “맞춤형 TPU와 엔비디아 GPU 모두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두 플랫폼을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미나이 3가 시장에 미친 또 다른 충격은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의 본격화다. 단순 대화형 모델이 아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로의 전환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개발자 사이에서는 제미나이 기반 자동화 플랫폼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 활용 사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코드 작성·디버깅·데이터 정리·문서화까지 대부분의 개발 보조 업무를 대체 가능하며,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 프로’가 광고 제작·시각 디자인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포토샵 전문 인력까지 위협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이 보유한 안드로이드·크롬·G메일·구글 문서·유튜브 등 방대한 생태계와의 결합 가능성도 제미나이3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구글이 엔비디아 GPU 없이도 최고 성능 모델을 선보였다는 사실은 글로벌 빅테크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자체 AI 칩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SIC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AI 산업의 중심축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이동하면서, 추론 효율이 높은 ASIC의 채택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GPU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지만, ASIC 시장 확대는 HBM 공급망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엔비디아의 HBM 시장 점유율이 2026년 75%에서 64%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맞춤형 AI 칩이 늘어나면 각 칩별로 최적화된 HBM 설계가 필요해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고객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AI 칩 시장이 엔비디아 중심의 단일 축에서 벗어나 GPU–TPU–ASIC이 병존하는 다층적 경쟁 체제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GPU 단일 중심에서 다원화되는 흐름이 본격화함에 따라, 엔비디아와 구글의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기술 대결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 구조 전반을 흔드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커스텀 HBM [사진=최지훈 기자]

[뉴스로드] 홍성호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