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정부 산업정책, 전략산업 키워도 경제 전체 생산성은 악화될 수 있어”
-보조금 투입해도 생산성 개선 ‘0.3%’… IMF “경제 전체는 오히려 역효과” -“자원 왜곡·재정 부담·보복 관세 위험…정교한 설계 없으면 국가가 손해”
각국 정부가 앞다퉈 추진하는 산업정책이 전략산업의 생산성과 고용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오히려 생산성을 낮출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IMF는 25일(현지시간) “보조금·보호무역 중심의 산업정책은 특정 산업의 성과를 높이더라도, 비(非)전략 분야로부터 자원·인력·투자가 빠져나가면서 국가 전체 생산성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IMF는 산업정책이 갖는 장점과 한계를 정량 분석하며, “규모의 경제·학습효과가 큰 소수 산업에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산업구조가 기울어질 경우 국가 성장경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보조금 연계 투자 △국산화 지원 △수입대체 정책 등을 시행하는 국가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IMF의 다국가·다부문 모델링 결과, 전략산업은 고용·생산·생산성이 모두 증가했지만, 비전략 산업에서는 생산·고용·투자 감소가 나타났다.
IMF는 “정부 지원이 집중되며 비전략 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생산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정책의 효과가 산업별로 불균형하게 나타날 때 생기는 전형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IMF는 재정지원을 통한 산업정책의 효과가 생각보다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산업별 직접 보조금을 투입하면 △산업 부가가치: +0.5% △총요소생산성(TFP): +0.3%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IMF는 “산업 평균 성장률(부가가치 6.5%, TFP 4%)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IMF는 “구조개혁, 경쟁 촉진, 금융 접근성 개선이 산업정책보다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즉, 보조금 중심의 산업정책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IMF는 산업정책이 안고 있는 비용과 위험도 분명히 했다. 우선 재정 부담 확대다. 산업정책은 본질적으로 장기 지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속될 경우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두 번째는 무역 보복 가능성이다. 특정 산업을 보호하면 경쟁국이 대응 관세나 보조금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정책 자체가 새로운 무역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는 자원배분 왜곡이다. 자금·인력·투자가 특정 산업으로 쏠리면 다른 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국가 전체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네 번째는 정책 실패 위험이다. 산업별로 학습효과·기술격차가 서로 다른 만큼, 지원을 해도 기술 추격에 실패하거나 시장 확대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IMF는 “전략산업 육성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재정·무역·산업구조 전반의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다”며, 산업정책을 단일 목표로 밀어붙이는 방식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IMF는 산업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교한 설계·정기 평가·경쟁 유지라는 세 가지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산업을 선정할 때부터 지원 기간과 규모를 명확히 검증해, 정책 목적과 실행 수단이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효과와 비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필요하면 방향을 조정하는 ‘재조정(Recalibration)’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한 가지 핵심은 경쟁 유지다. IMF는 과도한 보호가 시장 규율을 약화시키면 산업정책의 목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국내외 경쟁을 보장하는 환경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시장의 규율이 유지될 때에만 산업정책이 약속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F의 이번 분석은 수십 년간 논쟁이 계속돼 온 산업정책의 본질을 다시 짚는 내용이다. 산업정책이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설계가 잘못되면 경제 전체를 약화시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IMF는 특히 "재정 여력이 약해진 시기일수록 산업정책의 비용과 효용을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며 "정책 선택 자체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