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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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가면 할머니가 장독대를 행주로 일일이 닦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렇게 할머니와 장독대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됩니다.

“할머니가 옹기를 저렇게 정성스레 닦아주는 이유를 아니. 옹기도 깨끗이 해줘야 숨을 잘 쉴 수 있는 거야. 그거 말고도 우리나라 옹기에는 많은 지혜와 과학이 담겨 있어.”

그러면서 아빠는 마당과 장독대를 구분지어 주는 단을 가리켰습니다. 장독대를 돌로 단을 쌓아 높게 만든 것은 나쁜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소중한 음식이 담긴 장독대에 벌레가 오지 않을까요. 그런 염려는 옹기의 제작 과정을 알고 나면 아마 사라질 겁니다.

우리나라 옹기는 굽는 마지막 과정에서 가마에 난 구멍으로 소나무 가지를 여러 차례 넣습니다. 이와 동시에 진흙으로 가마에 난 구멍들을 막아 연기와 공기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면 소나무 가지가 불완전 연소하여 유난히 연기를 많이 내게 되고, 그 결과 생겨난 그을음이 옹기에 스며들게 됩니다. 그을음이 스며들어 까맣게 된 옹기의 모습은 그야말로 ‘꺼먹이 그릇’이 되는 거죠.

이처럼 옹기에 그을음을 입히는 이유는 정화 효과와 벌레를 막아주는 살균 효과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즉, 장독 안에 숯을 넣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됩니다.

꺼먹이 독을 물 항아리와 쌀독으로 사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겠죠. 거기에 쌀을 넣어두면 쌀벌레가 생기지 않고, 물을 넣어두면 정화 효과로 인해 물맛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장독대에 놓인 옹기의 모양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배불뚝이 모양을 하고 있죠. 다이어트에 좋은 전통음식을 가득 담고 있으면서 왜 정작 자신은 배불뚝이가 되었을까요.

여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불룩하면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으므로 옹기의 위아래 어느 부분에서도 온도 차가 적습니다. 즉, 안의 식품이 옹기 어느 부분에 위치하건 온도 차가 적어서 보관하기에 좋습니다. 더구나 배불뚝이 옹기는 여러 개를 붙여 놓아도 아래 부분에는 빈 공간이 생겨 바람이 잘 통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지방마다 이런 옹기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중부나 이북 지역의 장독들은 비교적 홀쭉하고 키가 크며 입구가 큽니다. 이에 비해 남부 지역의 장독들은 배가 더 불룩 나왔으며 입구가 작습니다.

같은 나라에서 왜 이처럼 옹기의 형태를 지역마다 다르게 만든 것일까요. 거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인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장독대에 모든 음식을 보관하던 옛날에는 옹기가 냉장고 역할까지 했습니다. 즉, 음식을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야 했죠. 그런데 남쪽 지방과 북쪽 지방은 기후가 다릅니다. 그에 따라 옹기의 모양을 다르게 만든 것입니다.

남부 지역의 옹기가 불룩하고 입구가 작은 것은 기후가 비교적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남쪽은 북쪽 지역에 비해 태양으로부터 오는 태양 복사에너지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는 지구 복사에너지의 양이 많습니다. 따라서 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옹기의 입구와 바닥의 지름을 작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신 중간 부분은 불룩하게 하여 저장 용량을 최대화했습니다.

그러나 태양과 지구 복사에너지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북쪽 지방은 입구와 바닥을 좁게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옹기의 입구와 바닥이 넓고 몸통이 비교적 날씬한 형태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과학 한판 대결! 옹기 vs 플라스틱 용기

요즘엔 주방에서 옹기를 보기 힘듭니다. 대신 편리하고 예쁘게 만들어진 그릇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플라스틱 용기도 그런 그릇 중의 하나입니다. 예전의 옹기 대신 김치냉장고 속에서 김치를 담고 있는 것도 플라스틱 용기이고, 슈퍼마켓에서 파는 된장이나 고추장통, 물통도 모두 플라스틱 용기입니다.

자, 그럼 값싸고 편리한 플라스틱 용기와 예로부터 내려온 옹기 간의 과학 한판 대결은 어떨까요. 옹기는 살균 효과와 정수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옹기와 플라스틱 용기, 바이오용기 등에 대장균이 든 물을 넣어두는 실험을 한 결과, 옹기의 세균 수가 가장 빨리 감소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용기는 환경호르몬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자연 재료인 흙으로 만든 옹기는 그런 염려가 없습니다. 환경호르몬이란 우리 몸속의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방해하는 물질입니다. 또 많은 환경호르몬이 발암물질이며 생식 기능에 해를 끼치므로, 될 수 있으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플라스틱 용기가 다 환경호르몬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한다든지 뜨거운 물에 넣고 데울 경우 환경호르몬이 음식물에 스며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환경호르몬은 기름에 잘 녹으므로 뜨거운 기름을 붓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또 거친 수세미를 사용해 플라스틱 용기를 닦을 때에도 흠집이 나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의하면 같은 플라스틱 용기라 해도 PVC(폴리염화비닐) 제품이 가장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다음이 PC(폴리카보네이트),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순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용기를 구입할 때는 라벨에 표시된 재질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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