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꽃 이야기] 가을의 여인 ‘층꽃’
[우리꽃 이야기] 가을의 여인 ‘층꽃’
  • 정연권
  • 승인 2018.10.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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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피는 꽃 같은데 줄기는 가냘프다. 풀꽃 같은데 강건하다. “나무인가? 풀인가?” 경계가 모호하다.

쪽빛을 닮은 보랏빛에 층층이 피는 풍성한 꽃에 상큼한 향기가 고혹적인 마편초과의 ‘층꽃’이다. 줄기는 목질화 되고 밑 부분은 나무이지만 줄기가 겨울에는 말라지므로 풀 같아서 풀과 관목(灌木)의 중간식물인 아관목(亞灌木)이다. ‘층꽃풀’ ‘층꽃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나무 같은 풀꽃”이다.

꽃은 줄기 겨드랑이에서 양쪽으로 뭉쳐서 나온다. 한쪽이 30~35개 내외이니 70여개의 꽃송이가 둥글게 나왔다가 꽃송이가 다시 피어서 암술과 수술이 나온다. 꽃에서 맑고 상큼한 향기가 일품으로 찾아오는 꿀벌의 향연이 장관이다. 잎에서도 상큼한 향기가 발산한다. 잎과 꽃송이마다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는 보이지 않으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의 결정체로 가을을 장식한다.

바닷가 바위 위에 피는 꽃은 하늘과 바다의 쪽빛을 닮아서 숭고하다. 쪽빛은 햇빛에 부서져서 보랏빛으로 보이는 신묘한 빛깔이다. 키는 작지만 꽃송이는 풍성하다. 하늘의 찬란한 빛과 바다에 출렁이는 쪽빛을 닮은 보랏빛 꽃 속으로 들어왔다.

꽃송이에 머물다간 흔적, 아! 바람이 왔다가 갔구나. 바닷바람이 왔다 가는 것이기에 세 가지 같은 색이 되었던 것이다. 하늘을 부여안고 바다를 바라보며 층층이 쌓아올린 탑에는 소원을 비는 소리가 들린다. 하나 둘 층층이 피는 꽃은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순리와 질서를 알게 한다. 모든 백성이 평등한 세상과 둥글둥글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꽃말은 ‘가을의 여인’이다. 귀족색인 보랏빛 꽃, 차분하고 상큼한 향기, 고결하고 우아한 자태는 아름다운 가을여인이 되었다. 가을빛 소리와 소슬한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꽃송이에 쪽빛과 보랏빛이 어울린 신묘한 꽃에 가을여인이 숨어있다. 밑에서 위로 피어오르며 하늘을 향한 꽃은 사랑 탑을 쌓으며 기도하며 바다를 바라보면서 기다리는 가을의 여인들이다.

 

<필자 약력>

야생화 생태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여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총괄본부장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며 야생화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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