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 미사일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 갈무리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 미사일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북한이 13곳의 미사일 기지를 비공개로 운영해왔다는 미 씽크탱크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미국을 기만하고 있다며 북미대화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12일(현지시간) 북한 정부가 미신고한 미사일 기지가 20곳으로 추정되며 그 중 13곳의 위치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CSIS에 따르면 이번에 밝혀진 기지들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시설은 아니며, 미사일 발사 시에는 북한군 작전계획에 따라 발사대를 기지 인근의 준비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CSIS는 북한이 외부의 선제타격에서 미사일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시설들을 수십년간 은폐·위장해왔으며, 비핵화를 위해서는 이 시설들이 모두 공개→검증→해체의 절차를 밝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CSIS 보고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친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는 이날 CSIS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보고서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이어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며 핵전력을 재구축할 것이라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새로 밝혀진 미사일 기지가 북미 정상회담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북미대화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WP는 “이 보고서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지만, 무기 시설을 해체한 것은 아니라는 가장 최신의 증거”라며 1차 북미회담 이후 북한이 무기 제조를 중단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언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이날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한 적이 없다”며 “북한이 제안한 것은 언젠가 그런 결과(비핵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NYT는 이날 기사에서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를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독재자 중 한 명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로 무모하게 낙관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만약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시설에 대한 CSIS의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행복하다”며 “지금 상황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 며칠 뒤 미신고 미사일 기지 이슈가 부각되면서, 향후 북미대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향후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하원 청문회에서 소수당인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이상 거센 공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외교위원회와 세출위원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국무부에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수단도 확보했다. 만약 이번 보고서를 근거로 민주당이 국무부에 제동을 걸 경우, 대북정책 노선 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미 대화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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